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한 비밀 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반부패 웹사이트 굴라그.넷을 운영하는 러시아 인권활동가 블라디미르 오세츠킨은 FSB 내부고발자가 보내왔다는 2천쪽 분량의 보고서와 서한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군 전사자가 이미 1만명을 넘었을 수 있지만, 러시아군 주요 사단과의 통신이 끊긴 탓에 러시아 정부조차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일 자국군 498명이 임무 수행 중 숨졌다고 밝힌 이래 전사자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와 관련해 FSB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FSB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으며 서방의 초고강도 제재에 대응할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건 제공자는 FSB 담당자들이 상부의 눈치를 본 탓에 우크라이나 침공 전 작성된 보고서에 서방의 제재 효과를 과소평가한 내용이 담겼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일이 벌어지자 (FSB의) 근거 없는 분석에 모든 책임이 지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볼 때 러시아는 출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승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고 패배만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공한 문건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을 위해 파견된 체첸공화국 병사들이 궤멸한 탓에 러시아와 체첸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설령 암살에 성공했더라도 "저항을 완전히 누르려면 보급·수송병을 제외하고도 최소 5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문건은 현 국면이 장기화하면 러시아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며 올해 6월을 `잠정적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또,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공에 나선다면 이번 사태가 진정한 `국제적 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면서 "현재 우리의 위치는 (2차 대전기인) 1943∼1944년 독일과 같다"고 적었다.
해당 문건이 실제로 FSB에서 유출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 안보 전문가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FSB 현직 직원 두 명에게 보여준 결과 해당 문건이 FSB에서 유출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가 심리전의 일환으로 가짜 FSB 서한을 유포한 적이 있지만 이번 건은 달라보인다"면서 "이 문건은 신뢰도 있는 출처를 통해 제공됐고, 위조됐다기에는 분량도 매우 긴 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