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스웨덴 빙속대표 닐스 판 데 풀(25)이 정치범이 된 중국 출판업자의 가족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25일 판 데 풀이 전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중국 출판업자 구이민하이(桂敏海)의 딸 안젤라(28)에게 금메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와 10,000m에서 우승한 판 데 풀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정치적 반대파와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기 위해 이 같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메달을 전달한다고 해서 구이민하이가 풀려나거나 중국의 탄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이민하이는 중국 태생이지만 스웨덴으로 귀화한 인사다.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을 다룬 책을 홍콩에서 판매했다가 중국에 끌려가 기밀을 해외로 누설한 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판 데 풀은 베이징 올림픽 시상식에 불참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중국의 인권 탄압을 전 세계인 앞에서 항의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올림픽 참가 선수도 법에 위반되는 발언을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중국 당국자들의 경고에 결국 시상식 불참 계획을 시행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정치적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동료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판 데 풀은 스웨덴 귀국 후 "중국처럼 인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나라에 올림픽을 넘겨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극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금메달 전달식이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것은 구이민하이의 딸 안젤라가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기 때문이다.
안젤라는 판 데 풀이 자신의 아버지인 구이민하이뿐 아니라 위구르와 홍콩에서 탄압받는 정치범 모두에게 금메달을 선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 데 풀은 "사람들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금껏 평생을 바쳐 싸워온 것을 남에게 준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