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확정 지을 제20차 당대회가 예정된 가운데, 시 주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장문의 글이 중국 안팎에 퍼져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19일 중국 외부의 여러 중문 사이트에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4만자 분량의 글이 올라왔다.
`방주와 중국`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이 글은 대만 및 해외 화교 사회에서 널리 퍼졌고 강력한 검열이 이뤄지는 중국 본토에도 일부 유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는 이 글에서 시 주석이 중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세계의 적`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시진핑은 민중들에게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적개심만 불러일으켰다"며 "이는 성급한 민족주의로 시진핑과 세계의 갈등은 `감정싸움` 양상이 됐다"고 개탄했다.
또 시 주석 집권기에 접어들어 중국의 정치사회가 전제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 됐다.
필자는 시진핑 주석의 정적이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전 당서기가 `마이크를 든 홍색 나팔수`였다면 시 주석은 `회초리`를 들고 나타난 것이라면서 "홍색 전제 정치의 부활이 이처럼 가까이 다가온 적이 여태껏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1인자 자리를 놓고 시 주석과 경합하던 보시라이는 충칭 당 서기 재직 시절 `혁명 가요 부르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공산당 문화를 고양하는 전략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보시라이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홍색 문화`를 활용했다면 시 주석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중국을 실제 `홍색 전제주의` 체제로 바꿔놓았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이 작년 말 19기 6중전회에서 채택한 `역사 결의`를 통해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것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필자는 "시진핑은 자신이 주도한 당의 세 번째 역사 결의에서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후대만이 할 수 있는 관 뚜껑을 덮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 공산당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없던 만큼 이는 시진핑의 정치적 기세가 이미 다해 쇠퇴 몰락의 처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지도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당대가 아닌 후대에 내려지는 것인데도 시 주석이 이런 원칙을 깨고 자신을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과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에 이은 3대 지도자의 반열에 올리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필자는 또 올해 2022년은 시 주석에겐 정치적 최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그가 올가을에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가시밭길에 들어서 2027년 이전에는 `전면적인 실패`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시 주석과 그의 지지자들이 점점 더 멀어지면서 권좌에 홀로 남게 되는 그때가 시 주석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시점`이라고 저자는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공산당 문헌연구실 저우언라이(周恩來) 생애 연구조 조장을 맡았던 가오원첸(高文謙)은 이 글의 출현 시기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19기 6중 전회에서 당내의 심각한 의견 차이가 드러난 후 반(反) 시진핑` 세력이 시진핑 세력 간의 힘겨루기에서 최근에 내놓은 `중량급 폭탄`이라고 풀이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 글이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를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흐름에 반대하는 당내 `반(反) 시진핑` 세력의 목소리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