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벌통에 있어야 할 꿀벌 무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최근 경남 곳곳에서 접수돼 관련기관이 조사에 착수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창녕의 양봉농가 150여곳 중 40여곳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됐다는 신고가 각 지자체에 접수됐다.
겨울철 꿀벌은 벌통에서 월동한다.
경남 양봉농가들은 기후 등을 고려해 꿀벌이 월동할 수 있도록 10월 중순께 준비를 마치고, 이듬해 1월 초순 잠자던 벌을 깨워 사료(화분떡)를 주며 다시 키우기 시작한다.
통상 벌통 1개(군)에는 꿀벌 1만5천∼2만여 마리가 있는데, "월동을 깨우려고 봤더니 꿀벌 상당수가 없어졌다"는 게 창녕 농가들의 신고 내용이다.
44개 농가는 벌집 1만2천400여군 가운데 75% 상당인 9천300여군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꿀벌의 집단 실종 신고는 비슷한 시기 거창 위천, 함양 서상, 합천 등 도내 다른 양봉농가로부터도 접수됐다.
도는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유례없는 꿀벌의 대규모 실종이 잇따르자 최근 18개 시·군 전역에 공문을 보내 피해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양봉협회 측으로부터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서 지난달 26일과 27일 꿀벌 실종 피해가 발생한 창녕 농가 중 3곳과 거창·함양·합천 농가를 찾았다.
두 기관은 꿀벌이 대부분 사라진 벌통에 남아 있는 꿀벌이나 일부 사체 등을 수집해 질병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피해 농가 일각에서는 전례 없는 `꿀벌 실종 사건`에 벌집 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을 의심한다.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 CCD는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농약, 기상 악화, 살충제 등 여러 설이 거론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농촌진흥청 측은 꿀벌 집단 실종 원인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CCD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대신 꿀벌응애(기생충), 약제의 잘못된 사용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
큰 일교차 등 기후 변화도 가능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겨울철이라도 기온이 오르는 이른 오후에는 꿀벌들이 벌통 바깥으로 `외출`할 수 있는데, 문제는 오후 3∼4시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행동할 수 없게 된 꿀벌들이 땅바닥에 붙어있다가 새벽녘 영하 기온에 폐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현조 한국양봉협회 경남도지회장은 "경남에는 꿀벌이 수정해야 할 시설채소나 과일이 전국의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벌이 없으면 그런 농작물에도 수정을 못 시켜서 (열매가 맺히지 못해)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