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개봉을 미루던 한국 대작영화 2편이 관객을 맞았다. 강하늘, 한효주, 권상우 주연의 `해적: 도깨비 깃발`과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로 명절 대목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승부수를 던진 이 두 영화의 흥행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킹메이커`는 1971년 4월 대선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야당 후보 진영을 오가며 선거 전략가 역할을 한 엄창록씨 실화를 모티브로 한 정치 풍자극이다. 강하늘과 한효주 주연의 `해적: 도깨비 깃발`은 8년 전 866만 명을 동원했던 흥행작, `해적`의 속편 격이다. 한국영화 최고 수준인 23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두 작품은 개봉 전부터 압도적인 예매율을 자랑하며 `스파이더맨`이 장기 흥행하던 박스오피스 순위를 갈아치웠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팬데믹 시대 최초로 700만 관객 수를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다. 코로나로 영화관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돌파구는 역시 콘텐츠, 작품임을 방증한다.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 두 대작이 오랜만에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두 작품 이후, 개봉 예정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제작이 완료됐지만 코로나로 개봉일을 못 잡고 있는 한국영화만 70편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국상영관협회 측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국내 한국영화 점유율은 평균 5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30.1%로 2019년 대비 20.9%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관람객도 대폭 줄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국내 누적 관람객은 1억2천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관람객이 4천만 명 수준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천8백만 명을 기록, 처참한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무너진 한국 영화계의 붕괴를 막고자 영화관업계는 대작 한국영화(`모가디슈` `싱크홀`)의 개봉을 지원하기도 했다. 총제작비의 50%에 해당하는 약 200억원, 입장 관객당 1000원에서 2000원의 인센티브로 총 75억원을 지급한 사례가 바로 이해 해당한다.
이처럼 영화관은 수익의 일부를 제작사, 배급사에 지급하는 자발적인 지원 사업을 펼쳤음에도 한국영화 개봉 연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헐리우드 영화는 올해도 주요 작품의 개봉일정을 확정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개봉 연기 및 취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올해 한국 영화산업의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영화관은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상영할 작품이 없는 한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및 취식금지 등 방역지침 강화로 손실액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산업의 생존과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에 한국 영화 개봉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영화 개봉 연기는 한국 영화산업에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영화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 생태계까지 무너뜨릴 수 있단 것이다. 특히 "오는 2월부터 `한국영화 절벽`이 우려되는 만큼 한국 영화 생존에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다. 29일 설 연휴를 맞아 영화상영관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한 황 장관은 "영화 유통방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업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3년 차, 영화관 특성이 반영된 방역수칙과 함께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관업계와 영화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각종 지원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더불어 코로나 속 어렵게 개봉을 결정한 `해적2`와 `킹메이커`가 한국 영화계에 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달 개봉하려다 급히 연기하기로 결정한 영화 `비상선언` 등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한국영화들이 개봉 시점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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