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중거리는 처음으로, 4년 만에 최대 수위의 도발이다. 북한이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시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52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높은 각도)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천km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정부는 이날 발사된 미사일을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 미사일(IRBM)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괌이나 알래스카 타격용 ICBM급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발사가)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체회의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한편 모라토리엄 유지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통상 탄도 궤도라면 최고 고도는 약 2천㎞, 비행시간은 30분 정도로 약 800㎞를 비행해 동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7년 11월 ICBM급인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 철회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21세기군사연구소 류성엽 연구위원은 "2017년 5월 14일 발사된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의 제원과 유사한 것을 고려할 때 화성-12형 IRBM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IRBM은 미국의 분류 기준상 사거리 3천∼5천500km로, 사거리가 5천500㎞ 이상인 ICBM의 바로 아래 단계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의 성능개선을 위한 대기권 재진입 시험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와 관련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철 합참의장과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 통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고,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쏘아 올렸다.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27일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북한이 한 달에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쏜 것은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