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외모 이상이었어요. 눈도 제법 크고 서클렌즈도 꼈고 그리고 볼륨감도 있고 호감형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외모였죠"
20대 남성 박종민(가명)씨는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 이은지(가명)씨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첫 만남을 가진지 두 달 만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됐다. 박 씨는 이 씨의 꼬임에 수 천만 원의 대출을 받고 부동산을 계약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현재는 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들어간 1천만 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을 누가 낼지 법정 다툼 중이다.
박 씨는 "소개팅 앱을 한 번 호기심으로 해 보다가 거기서 어떤 여성을 만났어요. 오빠 말 편하게 하라면서 친근하게 다가왔어요"라며 이 불행의 시작에 대해 입을 뗐다. 처음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대화를 나눴다. 안부를 묻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씨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이 씨는 그럴 때마다 더 친해지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약 일주일 만에 첫 만남이 이뤄졌다.
"알고 보니 만난 장소가 그 여성의 회사 근처였어요. 거기서 갑자기 자기 회사 한 번 가자. 설명만 들어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박 씨는 이 씨가 다니는 부동산 분양 사무실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여성의 직속 상사였다. 상담료는 300만원. 아니다 싶으면 환불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민 종이 한 장에 서명을 하는 순간 태도가 돌변했다.
"계약서가 아니라 호실 지정서다. 이거는 그냥 이 호실에 대해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는 권리. 그 종이다. 그러니까 여기 서명하면 상담을 지금부터 시작할 거다 그런데 서명한 다음부터 요리가 시작됐죠. 저에 대한 요리가. 환불 안 된다. 너 이거 계약금 다 안 채우면 그냥 돈 날리는 거다. 이런 식으로 태도가 급변하는 거예요"
그렇게 경기도의 한 지역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상담이 시작됐다. 상담을 하는 동안 박 씨를 안심시키려는 각종 부동산 호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들어올 기업이 넘쳐나기 때문에 임대수익은 걱정 말라고 했다. 게다가 ‘혼날 각오하고 주는 것’이라며 1년간 분양가의 5%를 임대보장수익금으로 주겠다고도 했다. 그와 중에 이 씨는 "남 주기 너무 아깝다, 오빠라서 주는 거야"라는 말로 부추겼다.
부동산 계약을 해본 경험도, 그 만큼의 돈도 없어 망설이는 박 씨에게 그들은 대출 브로커를 연결시켜줬다. 2금융권을 통한 일종의 ‘작업 대출’이었다. 대출 용도가 부동산 투자면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생활자금 마련이라 말 하라고 시켰다. 박 씨는 한 개 호실을 계약할 때 필요한 1천만 원만 대출 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씨가 한도를 꽉 채우라고 고함치며 종용하자 그대로 하게 됐다. 박 씨는 주변에 서있는 ‘양복쟁이’들을 보고 겁이 났거니와 그때까진 이 씨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었다고 털어놨다.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 돈이 남자 그들은 박 씨에게 한 채 더 계약하라고 했다. 이 씨는 그렇게 두 채 합해 5억 원이 넘는 지식산업센터의 소유주가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거의 공실이었고 입지나 관련 호재들도 엉터리인 경우가 많았다.
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계속 증거를 모으고 있다. 침대와 의자 하나 없는 그의 자취방엔 법정다툼에 쓸 서류들이 수북했다. 직장 생활을 몇 년 했지만 분양 피해와 소송비용 때문에 모아둔 돈이 거의 없다. 이 씨는 노트북을 열어 최근 증거를 모으던 중 우연히 알게 됐다며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이 씨가 또 다른 소개팅 앱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박 씨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피해를 입은 사람 수 백 명과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기처럼 소개팅 앱으로 만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십여 명이 넘는다고 했다.
한국경제TV는 이와 관련해 이 씨가 활동한 분양대행 업체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한 뒤 별도의 입장을 전해오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 내용은 한국경제TV가 오는 4일에 방송하는 `쓰리고` <부동산 열차 꼬리칸 사람들> 편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