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강제로 고꾸라진 말이 일주일 만에 죽은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번진 가운데, 동물권 보호단체는 드라마 촬영장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동물권 보호단체인 `카라`는 전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앞서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은 지난 19일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이 강제로 바닥에 쓰러트려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장면은 이달 1일 방영된 `태종 이방원` 7회에 연출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으로,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들은 이런 방식의 촬영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에 위반되는 학대 행위라고 비판하며 말의 생존 여부 확인을 요구했다.
KBS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고,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21일 오전 10시께까지 약 3만8천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