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연속 인하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급속히 약해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경기 운용의 고비가 될 연초에 금리·지준율 인하, 인프라 집중 투자 등의 부양책을 동원해 올해 5%대 경제성장률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월 1년 만기 LPR가 전달의 3.8%보다 0.1%포인트 낮은 3.7%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로써 1년 만기 LPR는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렸다.
작년 12월 1년 만기 LPR는 0.05%포인트 내렸는데 중국에서 LPR 인하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이던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아울러 이달에는 지난달 동결됐던 5년 만기 LPR도 함께 인하됐다. 5년 만기 LPR는 기존의 4.65%에서 0.05%포인트 내린 4.6%로 집계됐다.
인민은행은 매달 20일 18개 시중 은행이 보고한 LPR 값의 평균을 고시한다.
중국은 2019년 8월 유명무실하던 LPR 제도를 개편해 매달 20일 고시하면서 전 금융기관이 이를 대출 업무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별도의 기준금리가 있지만 LPR가 사실상의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게 됐다.
명목상으로 LPR는 시중 주택담보대출 동향을 취합한 수치에 불과하지만 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조절 등 각종 통화정책 도구와 정책 지도 기능을 활용해 LPR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사실상 중앙은행이 LPR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1월 LPR 인하는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내려 LPR 인하를 사실상 예고했다.
세계 금융 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외자 유출 및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 등 우려를 무릅쓰고 금리 인하를 잇따라 단행하는 것은 급랭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조처다.
기저효과 덕에 작년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은 작년 2∼4분기 7.9%, 4.9%, 4.0%로 떨어지면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중대 정치 행사인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5%대 성장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연간 기준으로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2021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1%를 기록, 2019년의 6.0%보다 낮아졌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디폴트 사태로 대표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위축과 코로나19 확산 심화 등의 악재 속에서 올해 들어서도 경기 흐름이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당국은 1분기에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한 경기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예고했다.
류궈창(劉國强) 인민은행 부행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을 서둘러 앞서 나가면서 시장의 보편적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작년 12월에 이은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국 국무원은 지난 11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 회의에서 경제 운용의 고비가 될 상반기에 공공 인프라 투자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경기를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중국이 이미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고강도 경기 부양에 나선 결과로 경제 일선에 있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기에 접어들어 중국 당국도 인정하듯이 경기 부양 공간이 그리 넓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