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지방 자메이카에서 사상 첫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선수가 탄생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은 18일 자메이카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벤저민 알렉산더(39)의 사연을 소개했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출신 알렉산더는 지난주 리히텐슈타인에서 열린 내셔널 스키 챔피언십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2분 4초 47로 7위에 올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10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3명이 완주에 실패해 실질적으로는 최하위다. 1위에 오른 새뮤얼 손더스(영국)의 1분 55초 14와는 9초 33 차이가 났다.
이 대회의 수준 자체가 세계 정상급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1위 선수와 엄청난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원래 스키 선수가 아니었고, 미국의 주요 축제에서 음악을 맡은 DJ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5년 캐나다에서 처음 스키를 접해 스키 입문 7년 만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자메이카는 연중 기온이 높아 스키를 탈 기회가 사실상 없지만 영국 태생에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활동한 이력 덕분에 스키 선수까지 된 셈이다.
자메이카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봅슬레이 대표팀이 출전해 이 사연이 `쿨러닝`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사연이 있는 나라다.
이번에는 동계올림픽의 가장 전통적인 종목 가운데 하나인 알파인 스키 선수까지 배출했다.
알렉산더는 "1988년 동계올림픽 당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파일럿이었던 더들리 스토크스가 나의 멘토"라며 "스토크스와 그의 팀은 자메이카 동계올림픽 역사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메이카 국적으로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한 이유를 묻는 말에 "나와 같은 다문화 사람들이 영국에 많다"며 "나는 흑인 친구들에게는 백인 취급을 받고, 반대로 백인 친구들은 나를 흑인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키는 주로 백인들이 타는데 나는 흑인을 대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자메이카 말고 다른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는 "내가 32살에 스키를 타기 시작해 올림픽에 나가게 된 만큼 누구에게나 나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늦은 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전했다.
그는 또 "동계 스포츠의 다양성이 내 어깨에 놓였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배경이나 사회적, 경제적 위치, 인종과 무관하게 누구나 동계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