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台積電)가 올해 역대 최대인 400억∼440억달러(약 47조5천억∼52조3천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수요 강세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TSMC는 지난해 300억달러(약 35조6천억원)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앞서 지난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천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TSMC가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는 인텔이 밝힌 올해 투자계획보다 43% 이상 큰 규모다.
TSMC는 또한 향후 수년간 연간 매출 증가 예상치를 종전 10∼15%에서 15∼20%로 올리고 매출총이익 장기 목표치도 50% 이상에서 53%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구조적 고성장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올해 공급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겠지만 수요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가격에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기술선도기업으로써의 위상과 다년간 이어질 구조적 수요증가 예상을 고려하면 자사가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157억4천만달러(약 18조7천억원)로 24.1%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16.4% 늘어난 60억1천만달러(약 7조1천4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 예상치를 166억∼172억달러(약 19조8천억∼20조4천억원) 사이로 제시하면서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도 20%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TSMC의 주가는 새해 들어서만 7%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6천180억달러(약 734조원)에 이른다.
TSMC는 실적과 투자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인 14일에도 주가가 장중 1.8%까지 올랐다.
TSMC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5㎚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TSMC의 웨이 CEO는 3㎚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척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에 3㎚ 반도체를 양산할 것이라고 전날 설명회에서 말했다.
또 3㎚ 반도체는 고성능 컴퓨팅과 스마트폰에 주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TSMC가 생산할 3㎚ 반도체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인텔과 애플 등이 거론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인텔에 공급할 3㎚ 칩을 대만 북부 신주(新竹)의 바오산(寶山)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이 내년에 TSMC가 생산하는 3㎚ 반도체를 탑재한 첫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