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이어 전세 시장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이전 거래에 비해 하락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출 규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으로 재계약은 늘고 평수를 넓히거나 거주지를 옮기려는 이동 수요는 급감하면서 `급전세` 계약이 증가했다.
다만 일부 단지와 주택형에 따라서는 역대 최고가 전세 거래도 성사돼 전월세 시장 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최근 들어 신규 전세 계약으로 보이는 거래 중 종전 거래가격보다 신고금액이 하락한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을 엄격하게 규제함에 따라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이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물건이 적체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 계약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 가운데 일부는 당초 내놨던 금액보다 낮춰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8㎡는 지난해 10월 최고 14억원짜리 전세계약이 2건 있었으나 12월 들어서는 최고가 거래금액이 13억원으로 낮아졌다.
잠실 리센츠 전용 59.99㎡도 지난해 8월 최고 11억8천만원까지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9월 이후에는 10억원이 넘는 전세계약은 한 건도 없었고, 12월 들어서는 최고가 거래가 8억1천900만원으로 내려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도 지난해 10월 최고 11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12월 들어 최고 10억원에 1건이 거래된 것 외에는 대부분의 8억∼9억원대에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6㎡는 지난해 11월 하순 8억7천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으나 12월 들어선 신규 계약금액이 8억원 정도로 내려왔고, 신시가지 3단지 전용 64.98㎡도 지난해 11월 7억5천만원까지 계약됐으나 지난달엔 최고 거래가가 7억2천만원으로 하락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6㎡는 지난해 9월 11억5천만원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에는 10억5천만원으로 1억원 떨어진 금액에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예년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수급지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5로 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고, 지수 자체도 하락세다. 이는 2019년 9월 16일(92.2)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아직 하락 지역은 없지만 지난해 9월 0.17%에서 지난주는 0.02%까지 상승률이 둔화돼 보합 전환이 임박했다.
다만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해 11월 30일 역대 최고가인 17억원에 계약됐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98㎡도 지난해 11월 20일 역대 가장 높은 16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는 등 아직 전셋값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