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30대 가장이 아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아이를 남겨둔 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오전 6시 16분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골목길에서 택배기사 김모(39)씨가 택배 차량 차 문과 주차되어있던 승용차 사이에 끼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짐을 내리기 위해 택배 차량을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가 경사길에 택배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가자 이를 멈춰 세우려고 다시 택배 차량에 올라타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숨진 뒤 약 2시간 뒤인 오전 8시 30분께 발견됐다. 당시 골목길을 오가는 행인이 몇 있었으나 김씨를 발견하지 못했고, 택배 차량이 한 곳에 계속 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이 김씨를 발견해 신고했다.
김씨는 택배기사들이 건강 등의 이유로 쉬는 경우 택배기사들을 대신해서 일하는 `용차` 기사로 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9년 전인 2013년 한 택배회사에 입사해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2015년께부터 용차 기사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같은 택배회사에서 일했던 강모(46)씨는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남양주에서 서울로 출근하면서도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고 착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김씨로부터) `형님 저 장가가요`라는 전화를 받았었다"며 "(아내) 배 속에 딸내미가 있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했었다. 불과 지난달에 결혼했는데 어떻게 하늘의 장난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전 직장 동료 김모(56)씨는 "택배 차량은 경사진 길에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려놔도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불의의 사고로 김씨를 잃은 유족은 제대로 된 보상이나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강씨는 "택배 기사들은 택배회사와 계약한 개인사업자라는 특수한 신분이기는 해도 택배회사라는 끈과 노조가 있는데 용차의 경우는 일종의 알바와 같은 개념이어서 사고가 나도 후속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택배기사도 개인사업자이지만 용차 기사의 경우 개인사업자라는 측면이 더 강조된다"며 "대부분 (용차는) 사업장이 영세하기 때문에 일하던 중 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