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무증상자 등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단검사 속도를 높이겠다고 7일 밝혔다.
기존 우세종이었던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은 2∼3배 더 빠르지만, 중증화율(입원율)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고려한 새 방역전략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확진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검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위한 인력 상황 등 현실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기존처럼)PCR 검사를 진행하되, 무증상자 등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진단검사에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통제관은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지만 전파력은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의 2∼3배로 높아 2월에는 우세종화가 예상된다"며 "가장 정확도가 높은 RT-PCR(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를 기본으로 하되 자가검사키트로 보완하는 새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아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지금의 PCR 검사 역량으로는 물리적으로 감당이 안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결과는 빨리 나오는 자가검사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위험군이나 저위험군, 또는 유증상이나 무증상 등 구분없이 PCR 검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크게 늘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가 고령의 기저질환, 미접종자 등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PCR 검사를 하고, 무증상·경증자는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PCR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특히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질병관리청에서 별도의 관리 방안을 통해 진단검사를 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또 미접종자, 기저질환자, 고연령층 등 감염시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대상은 수시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신속하게 감염자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 통제관은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모인 요양병원·요양시설을 예로 들며 "현재 해당 시설 종사자에 대해 수도권은 주 2회, 비수도권은 주 1회 진단검사를 진행 중인데, 검사 사이사이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처럼 학교 등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통제관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학교 등 집단감염이 용이한 시설에 대해서도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자가검사키트는 현재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입원 환자, 의료 취약지 의료기관 등에서 사용할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방역당국은 향후 신속항원검사의 사용 확대와 함께 비용 지원 등도 검토 중이다.
자가검사키트는 1시간 내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도 그간 신뢰도 문제로 자가검사키트를 적극 사용하지 않아왔는데, 이런 방침을 바꾼 데 대해 오미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검사 속도와 역학조사의 효율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특이도가 낮다고 바이러스를 아예 검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PCR 검사 역량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가검사키트의 낮은 정확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행 PCR 검사 역량으로도 1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는 데다 자가검사키트의 부정확성을 감수할 정도의 유행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확진자 수가 1만∼2만명 정도가 아니라 5만∼10만명까지 올라가면 (자가검사키트가)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7천명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키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설 교수는 "게다가 현재 판매 중인 키트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검출률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검사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은 현행 PCR 검사 역량을 좀더 늘리거나, 최소한 신속 PCR 검사를 사용하는 방법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속항원검사는 해외에서 진행된 평가에서 확진자를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민감도)이 PCR 검사 대비 10∼80%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이 비율이 17∼40% 정도로, `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한편 방역당국은 검사체계 변경 외에도 오미크론의 확산 정도에 따라 우세종으로 자리잡기 전·후의 대응전략을 각각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단검사의 다양화와 우선순위 도입을 통해 확진자를 신속하게 발견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역학조사를 강화해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이 통제관은 "현재 델타 변이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는 역학조사 역량도 더 키워야 한다"며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모든 환자에 대해 다 역학조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도를 기반으로 요양병원·요양시설,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