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사업`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 초안이 2일 공개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 초안을 최근 회원국들에 보냈다.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면밀한 검토 후 이달 중 최종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발표된 초안에 대해서는 EU 회원국들이나 EU 의회가 다수결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EU의 이번 초안은 우리나라가 지난달 30일 최종 확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부분적으로 포함하기로 한 것과는 다른 길이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지 규정한 것으로, 녹색금융의 `투자 기준`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녹색분류체계에 태양광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생산활동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 활동 등 69개 경제활동을 포함했지만, 원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LNG·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과 `LNG 기반 수소(블루수소) 생산`은 전환 부문에 조건부로 넣었다.
원전은 석유·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발전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녹색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산업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환경부는 그동안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내세워왔으나 실제 EU가 마련한 초안에는 원전이 포함된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K-택소노미 최종안을 발표할 때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원전을 늘리는 계획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면서도 EU 등의 동향을 참조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EU의 초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우리나라 또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할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녹색분류체계에 속한 경제활동에 `친환경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전업계는 원전이 `초저탄소 에너지원`이라며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자료를 인용해 원전 전주기(全週期·건설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생산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12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태양광(27~28gCO2eq)보다 적고 풍력(11~12gCO2eq)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쪽은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1kWh당 66.09gCO2eq로 추산한 연구 결과 등을 들며 원전이 `저탄소 에너지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덜한 것과 무관하게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는 이번에 마련한 녹색분류체계를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한 차례 개정하고 다시 2~3년 운영한 뒤 재차 개정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EU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초안이고 확정안이 아니니 확정될 시 원전이 포함된 이유 등을 살펴보고 국내 사정을 고려해 녹색분류체계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