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위험한 `금리 도박`으로 글로벌 헤이즐넛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헤이즐넛의 70%를 재배하는 터키 농가가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비용 급등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거듭 금리인하를 강행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절반 이상 급감한 상태다.
그 여파로 작년까지만 해도 톤당 215달러(약 26만원)에 살 수 있던 비료 가격이 650달러(약 78만원)로 세 배 치솟는 등 헤이즐넛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
비료뿐 아니라 씨앗, 살충제 가격과 인건비까지 급등한 탓에 일부 농가는 헤이즐넛 재배를 그만두고 의류공장에 취업하는 등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투르가이 자크마크 헤이즐넛농업협동조합 대표가 밝혔다.
헤이즐넛 재배농인 타흐신 고키(75)는 WSJ에 "우리는 보통 헤이즐넛을 팔아 자동차와 땅, 집을 샀다"면서 "이제 우리는 헤이즐넛을 팔아서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인건비의 경우 터키 정부가 무려 21%의 물가상승률에 맞추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농가 외에 헤이즐넛 공장에서도 에너지, 포장, 운송 등의 비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 중이다.
수출업체 역시 환율 변동성이 심해져 해외 바이어들과의 협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터키 주민 400만 명을 먹여 살리며 번영하던 헤이즐넛 산업 종사자들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터키 헤이즐넛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상승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도 식탁 물가 상승이라는 불쾌한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터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턴트인 투르간 쥘피카르는 "전 세계가 헤이즐넛 품귀 위기에 처했다"며 "당신이 누텔라의 팬이라면 슈퍼마켓에 갈 때 누텔라를 챙겨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텔라가 주로 터키산 헤이즐넛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누텔라 제조사인 이탈리아 기업 페레로는 터키에서 재배한 전체 헤이즐넛의 3분의 1을 수입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인하 드라이브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정작 헤이즐넛 산업과 같은 수출업계는 잃은 게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의 의류업체와 자동차 부품제조사들도 리라화 가치가 너무 크게 출렁거리는 바람에 가격을 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구매력도 약해졌다고 WSJ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