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에서 친(親) 중국 성향 정부를 상대로 친 대만 세력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 지역 내 한 상점인 `오케이 마트`가 시위대에 의해 불에 탔으며 그 안에서 시체 3구가 발견됐다.
이 건물의 경비원인 에디소아씨는 "3명이 같은 방에 있었고 바닥에는 현금통과 돈이 떨어져 있었다"며 시신이 매우 심하게 불에 타 "그들이 중국인인지 현지인인지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솔로몬제도 경찰은 현재 법의학팀에 의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로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집과 국회의사당이 공격 받고 도시 내 많은 건물이 불에 타 폐허로 전락했다. 시위로 체포된 사람만도 100명이 넘는다.
인접 국가인 호주와 파푸아뉴기니는 약 150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으며, 평화유지군은 현지 경찰과 합류해 치안 유지와 사회기반시설 보호에 나선 상태다.
현지 경찰은 지난 26일부터 필수 근로자들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으며, 매일 저녁 7시∼다음날 새벽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밤에도 호니아라 차이나타운 내 상점이 불에 타는 등 현지 경찰이 시위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호니아라에 머무는 개발 컨설턴트 존 투이필레하키씨는 호니아라 내 차이나타운이 최악의 폭력 사태를 맞고 있다며 "시위대는 통행금지 시간에도 차이나타운의 많은 상점을 불태우는 등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CNN에 말했다.
CNN은 이번 시위를 솔로몬제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주민들 1천여명이 주도하고 있으며, 말라이타섬과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날섬 사이의 오랜 적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섬으로 이뤄진 인구 70만의 솔로몬제도의 수도는 과달카날섬에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은 과달카날섬 옆에 있는 말라이타섬이다.
두 섬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인종적, 정치적 긴장 상태였으며, 말라이타섬 주민들은 중앙정부가 자신들을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이러던 중 2019년 소가바레 정부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하자 말라이타섬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며 독립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말라이타섬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2천500만달러를 지원받기로 하는 등 미국이나 호주 등 서방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소가바레 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제 사정이 더 악화하자 말라이타섬 주민들은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 26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위가 "다른 힘들의 영향과 독려를 받았다"며 시위의 배경에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는 외국의 간섭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