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아닌 미성년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리얼돌`은 수입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리얼돌 수입업자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 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중국 업체에서 여성의 신체 형상을 한 리얼돌 1개를 수입하겠다고 신고했다가 통관 보류 처분을 받게 되자 이듬해 인천세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인형은 머리 부분의 분리가 가능하고, 머리를 제외한 크기는 약 150㎝, 무게는 17.4㎏이었다. 얼굴 부분은 앳돼 미성년 여성의 인상을 했다.
A씨 측은 국내로 들여오려는 리얼돌이 남성용 자위기구일 뿐 성기나 항문 형태 등이 세세히 표현돼있지 않아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이런 남성용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수입업자들과 관세당국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음란물`이냐, 개인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히 이용되는 `성기구`냐는 쟁점을 놓고 통관 때마다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관세당국은 리얼돌을 음란물로 보고 관세법에 따라 통관에 제동을 걸어왔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9년 수입 리얼돌이 음란물이 아니라고 본 판결을 확정했다. 규제 대상인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면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에도 수입업체가 승소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건 1심과 2심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물품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A씨 측은 리얼돌이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형상과 재질, 기능 등을 따진 대법원은 "물품의 전체 길이와 무게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품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해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인 형상을 한 리얼돌이라면 국가가 간섭해야 할지 고민할 여지가 있겠으나 A씨가 통관을 신청한 리얼돌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성행위 도구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했는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날 유사한 취지로 신청된 리얼돌 수입 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도 함께 파기환송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