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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내로남불은 없다”…증권사, ESG 경영 '총력' [증권가 ESG 등급올리기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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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증권가의 ESG 등급올리기 경쟁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 나와있습니다.

문 기자. 리포트에서 살펴봤듯 ESG 상위 등급인 종합 A 평가를 받은 증권사는 지난해 2곳에서 올해 4곳으로 늘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이 2년 연속 A를 차지한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A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는데 자세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B+였던 환경(E) 부문이 올해 A로 상향되기는 했습니다.

금융사의 환경(E) 부문 평가는 환경 관련 투자상품 출시 및 운용, 친환경 투자 확대, 사내 친환경 정책 수립과 실행 등으로 평가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최초로 외화 녹색 채권(글로벌 그린본드), 환경 정책 결의와 시행 등을 수행하면서 해당 등급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지배구조(G) 등급이 B+에서 B로 하향조정 되면서 결국 종합 A를 반납하게 된 건데요.

지배구조(G) 등급은 회계와 세금의 투명성,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배당 등 주주권리 보호 등을 평가해 결정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러한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된 겁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측은 “내부에 4단계로 구성된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각 영역별 중장기 전략과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며 “투자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주기 위해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앞서 리포트 내용을 보면 증권사 ESG 등급에서 종합 A를 받은 증권사가 네 곳인데,

ESG 최고 등급이 종합 A인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하는 ESG 등급은 S, A+, A, B+, B, C, D 등 모두 7개로 구분되는데요.

증권사 가운데 ESG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나 A+가 나온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일반 기업 가운데 NAVER, SK, 포스코 등이 이 등급을 받았습니다.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서도 최근 기업 608곳에 대해 하반기 ESG 평가 결과를 내놨는데요.

서스틴베스트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처럼 등급을 7개(AA, A, BB, B, C, D, E)로 분류해 발표합니다.

평가 결과가 나온 증권사 14곳 가운데 최고 등급인 AA를 받은 증권사는 없었고요. 다만 NH투자증권이 홀로 A등급을 받으며 증권사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앵커>

증권사에서 ESG 최고 등급을 받은 사례가 아직은 없는 셈이네요.

그렇다면 증권업종이 ESG 등급을 더 받기 어려운 건가요?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요?

평가 기준이 제조업이나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기자>

아무래도 현재 ESG 평가 기준이 기업 수가 많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보편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통 1천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ESG를 평가하는데, 이들 기업 가운데 증권사의 비중은 절대적으로 작은 편입니다.

물론 금융회사에 특화한 ESG 평가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하고는 있지만, 그 기준 등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환경(E) 부문의 경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탄소 저감 활동, 친환경 생산기술 적용 등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는 이러한 환경(E) 부문 성과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없는 입장이다보니 해당 부문 등급이 낮게 나오는 겁니다.

그럼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금융사 내에서도 증권사의 환경(E) 등급이 낮은 편인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환경(E) 등급 평가가 공시된 증권사 20곳과 은행,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 21곳을 비교해봤습니다.

증권사의 경우 4분의 3 이상(15곳)이 하위 등급(C, D)을 받았고요.

반면 은행, 보험사 등 21곳 가운데 절반 이상(13곳)이 상위 등급인 A+와 A를 받았습니다.

<앵커>

같은 기준을 적용 받는 금융회사 안에서도 증권사는 유달리 환경(E) 등급이 낮은 거네요.

그러면 증권사가 관련 활동이나 ESG 경영에 손을 놓은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증권사들도 다른 업종처럼 별도의 ESG 조직을 만들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ESG 조직이나 위원회를 둔 증권사는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10곳 이상이었는데요. 이들 기업 대부분이 A, B+ 등 상위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를 포함해 ESG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8곳이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를 통해 각 증권사들은 ESG 전략 체계와 영역별 핵심 추진 과제를 결의하고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함은 물론이고요.

ESG 채권, 펀드 등 관련 상품을 개발한다거나, 투자 상품에 대한 ESG 리서치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ESG 평가에서 하위등급인 C를 받은 부국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은 별도의 조직이 아직 없지만, ESG 경영 확대 등 제반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증권사들이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네요.

증권사들이 ESG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나 공제회에서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투자·위탁·거래운용사를 선정할 때에도 이러한 ESG평가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전체 자산의 절반에 ESG 평가 우수기업에 투자하고, 또 운용사 선정 시에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고요. 사학연금도 ESG 평가 체계를 적용해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은 국내채권 거래증권사를 선정할 때 ESG 등급이 전체 점수의 7%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ESG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증권사 입장에서 높은 ESG 등급을 받는 것은 향후 경영과 사업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ESG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3분기 말 기준 ESG 채권 발행 잔액은 155조 7,08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올해 초 90조 1,77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5조 5,310억원(72.2%)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채권 시장에서 증권사들은 주관사 또는 발행사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대기업의 채권발행을 주관하거나, 직접 발행하거나, 또 이후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증권사 자체도 높은 등급을 유지해야만 하는 거죠.

<앵커>

증권사들이 ESG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인 거군요.

증권사의 ESG 경영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미비점이나 보완할 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현재 증권사들의 ESG 경영이 매년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ESG 채권, 특히 환경(E)과 관련한 그린본드 발행 정도에서만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골드만삭스 수준의 ESG 경영 원칙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 : ESG에도 환경 중심의 본드가 있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본드가 있고 종류가 세 개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린본드 쪽에만 포커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에 더해) 골드만삭스 ESG 경영 원칙이라고 해서 ‘ESG 리스크를 모든 다른 금융 리스크와 같은 규율로 취급한다’라든지 ‘모든 사업 성장을 할 때에는 ESG를 고려한다’ 등 이런 내부의 경영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증권회사들도 그런 원칙을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경영원칙을 증권회사들도 수립할 필요가 있고, 그리고 그 경영원칙에 따라서 실제 경영 활동을 할 필요가 있고요. 그래서 남의 것만 주선할 게 아니라 스스로도 ESG 경영을 실천할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고요.]

네, 증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ESG 경영 원칙을 수립하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이야기 들었습니다.

당연히 이련 노력들은 앞으로 더 필요합니다만, 업계의 볼멘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 ESG 평가 기준에 대해 어느 정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해외에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등 ESG를 평가하는 기관이 많은데요. 각 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다릅니다.

그 기준 역시 항목,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 기준 일원화와 함께 세부 기준과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취재하는 중에 느낀 점이지만 기업지배구조원이 증권사들의 ESG 평가 등급과 결과는 공개하지만 그 과정의 자세한 평가지표 그리고 점수 등의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평가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평가결과에 대한 권위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대한 신뢰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확대되는 ESG 경영 기조에 발 맞춰 일종의 업계와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만 평가 기준에 대한 공정성이나 신뢰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문형민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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