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취임 초부터 역점 추진해온 인프라 예산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야외 잔디밭에서 여야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 행사에서 1조2천억 달러(1천415조 원·신규 예산 기준 5천500억 달러)의 예산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도로, 교량, 다리, 광대역 통신, 대중교통 환승 등 미국의 인프라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예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 뒤 "미국민에 대한 내 메시지는 미국이 다시 움직이고 있고, 여러분의 삶이 더 나은 쪽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3월 미국의 열악한 인프라 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내세워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강조하며 2조2천500억 달러의 물적 인프라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반대하자 규모를 1조7천억 달러로 낮췄다가 여야 초당파 의원들과 추가 협상을 통해 1조2천억 달러 예산 합의를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 예산은 여야 50석씩 동수인 상원에서 지난 8월 69 대 30의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됐고, 하원에서도 228 대 206으로 통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야당과 2조 달러의 인프라 예산 규모에 합의하고도 재원 조달 이견으로 예산 확보에 실패했음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이곳 워싱턴에서 무수한 연설과 약속을 들었다. 그러나 마침내 오늘 이 일을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화당 의원 중에 예산법안에 찬성한 이들이 나온 점은 극도로 양극화한 미국 정치 현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 사례를 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중 상원에서 19명, 하원에서 1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나라를 전진시킬 유일한 방법은 타협과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며 "이것이 우리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자 미국식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의원과 주지사, 시장 등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롭 포트먼 상원 의원과 돈 영 하원 의원,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 공화당 소속 인사도 눈에 띄었다. 바이든이 무대에 오르자 `조`라는 연호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초당주의의 드문 사례를 강조하기 위해 서명식을 활용했다며 백악관은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 속에 이번 일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육, 의료 등 `인적 인프라`로 불리는 별도의 사회복지성 예산안 1조7천500억 달러의 처리를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5일 이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당내 중도파 5~6명이 재원 조달에 관한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가 나온 뒤 처리하자고 주장해 시기를 늦췄다. CBO는 오는 19일까지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고, 당 지도부도 이번 주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원 관문을 통과하면 상원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반대해도 이를 우회할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자력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내 일부 이견을 어떻게 최종 조율할지가 막판 변수로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