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3천여 점이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으로 가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천141.6㎡ 중 일부(9,787㎡)를 기증관 건립 부지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옛 풍문여고 부지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등과 연결돼 문화예술중심지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화예술 랜드마크 입지로 꼽힌다. 삼성생명이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매입했던 곳이기도 했던만큼 `이건희 컬렉션`은 그곳을 채울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4월 이 회장이 남긴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 작품 1만1천여 건,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총 2만1천600여 점의 고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고,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을 비롯한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 1천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돼 대중에 선보이며 큰 반응을 얻었다. 이후 정부는 기증품 2만3천여 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할 별도 기증관을 설립하기로 하고 부지를 검토했다.
다만 `이건희 기증관` 설립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다.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공동간사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연합뉴스에 "기증관 건립은 장르·시대별로 분화하는 세계 박물관·미술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이해나 성찰 없이 국민 염원이나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27년 개관 시점에 대해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서울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방안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미술관과의 협력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10일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