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협박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인천지법은 자살교사와 협박 혐의를 받는 인천 모 경찰서 소속 A 경위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정우영 인천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A 경위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자의 주거지, 직업,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수사 진행 경과를 보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경찰의) 긴급체포도 위법했다"고 덧붙였다.
A 경위는 지난 2일 새벽 시간대 내연녀인 40대 여성 B씨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협박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말다툼하던 중 B씨가 "죽고 싶다"고 하자 "죽어라"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가정동 한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조사하던 중 A 경위가 B씨를 협박하는 음성이 녹음된 파일을 발견했다.
A 경위는 "헤어지자"는 말이 오가는 과정에서 B씨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협박 시점이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인 점 등을 토대로 A 경위에게 자살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A 경위 측은 협박과 B씨의 극단적 선택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경위의 대리인은 "B씨는 과거에도 A 경위가 헤어지자고 하면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며 "사건 발생 당일 상황과 둘의 전화 통화만으로 자살교사와 협박 혐의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