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산업은 누가 뭐래도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입니다. 한국 네이버가 지난해, 최근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썼고, 인력난, 물류난에 어닝쇼크라던 세계 1위 아마존은 여전히 분기마다 100조원대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994년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시도하지 않던 전략으로 혁신의 상징이 됐고, 많은 창업자들의 데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와인 액세서리 분야에서 6년 연속 아마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빈토리오 민병은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왜 수 많은 상품들 가운데 와인 액세서리를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었을까요? 이커머스 창업에서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그의 성공 전략을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 6년 연속 `베스트 셀러`…아마존 제패한 비결샤이니 : 1년도 아니고 6년 동안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것도 미국,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 아마존에서 말이죠.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내게 된 건가요?
민병은 : 여러 상품들 중에 와인 액세서리라는 작은 카테고리에서 베스트 셀러이기에 대단한 성과라 하기엔 부족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잘하는 편이라는 걸 많이들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 주력은 와인 에어레이터라는 제품인데, 보통 레드 와인을 풍미있게 마시기 위해 디캔팅을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씩 해야 하잖아요. 에어레이터를 와인병에 연결하면 따르는 즉시 디캔팅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서 더 나은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샤이니 : 시중에 나온 걸 떼어 파는 게 아니라 직접 개발해서 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어요. 6년째 1위면 매출도 상당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가요?
(편집자 주 : 민병은 대표의 창업은 흔한 중국산 저가 복제품 판매와 결이 다릅니다. 대기업 재직 중에 사업을 구상하면서 아마존 상품, 소비자에 대한 분석을 미리 거쳤고, 초기에 400만원 정도를 들여 와인에어레이터 설계, 중국 내 생산대행 업체에 발주해가며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민병은 : 매출은 작년에 42억 원 정도이고 올해는 조금 더 될 거 같아요. 그런데 아마존 매출은 일부이고, 여러 다른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어요.
흔히 네이버, 쿠팡, 아마존 창업 생각하면 돈 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산업은 진화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나오는데 오래 살아남으려면 내 브랜드를 키울 생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쿠팡의 고객, 아마존의 고객이 아니라 내 브랜드, 나를 찾는 고객을 만들어서 그들과 함께 다른 플랫폼으로 가야한다고 봐요.
인스타그램도 사람들이 좋아요할 법한 사진들이 있듯이 이커머스 플랫폼 작동 방식도 똑같아요. 아마존 상품들도 자세히 보면 메인 페이지에 혹하게 올려야 클릭률이 올라갑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샤이니 : 그러니까 브랜드를 만들고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민병은 : 지금 말씀 드리는 것은 오랫동안 분석하고 지켜본 트렌드, 그리고 제가 생각해왔던 것들을 요약해 말씀드리는 거예요.
과거 아마존이 아마존프라임 출시했을 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아시나요? 아마존은 당시에 많은 유저를 유입시키고 싶어했어요. 그렇게 가입한 미국 사람들은 버튼 하나면 내일이나 모레 물건이 집 앞에 도착하고, 모든 물건들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 거예요. 이런 프로그램을 지금은 모든 미국인이 쓴다고 봐도 돼요.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지금 아마존이 시도하는 것들을 보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저렴한 제품들은 차차 정리하고, 더 고급스러운 고가 제품으로 바꾸고 있죠. 브랜드 제품이 더 비싸니까요.
그럼 하나 질문 더 드리면 아마존이 왜 지금 한국에 진출하려 할까요? 넷플릭스가 요즘 오징어게임으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어요. 그런데 왜 한국 컨텐츠를 많이 만들려할까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한국이 문화적으로 리더인 것을 알고 있는 거예요.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브랜드를 갖고 가고 싶다`, `제발 우리 플랫폼에서 한국 제품을 팔아달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예요.
● 결국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브랜드를 팔아야 오래갑니다샤이니 : 그럼 그렇게 엄청난 기회가 있는 시장에 무엇을 팔아야 하는 걸까요?
민병은 : 피해야 하는 것들만 보자면 2가지 관점에서 따져봐야 해요. 아마존이 싫어하는 제품, 너무 무겁고 액체류여서 유통하기 힘든 것들은 피해야 해요. 그리고 초보자들이 시작하기에 힘든 제품은 무리할 필요가 없어요.
시장조사로 이런 상황을 파악해야겠죠.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아마존에서 팔려는 상품보다 어떤 브랜드를 키우려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업도 마치 인격체, 사람처럼 `몸, 두뇌, 영혼`이 있어요. 사업의 모델은 몸, 사업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은 두뇌, 사업의 소울은 브랜드로 나눠볼 수 있겠죠. 사업을 하다보면 누군가 내 구조나 전략을 복제할 수 있지만 소울, 즉 브랜드는 카피할 수 없어요.
브랜드는 사업이 상징하는 핵심 아이디어이자 사업이 상징하는 메시지예요. 위대한 기업들 보면 좋은 브랜드 아이디어는 항상 그 회사의 CEO에게서 나오죠.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스페셜한 경영자였고, 애플을 독보적인 브랜드로 만들었어요. 제가 만든 빈토리오로 예를 들자면 저는 인생을 즐기고 싶거든요. 즐거움이 주제이고, 더 나은 삶을 와인, 친구들과 함께하길 바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있는 겁니다.
● 팬데믹 이전으로 못 돌아가…이커머스의 미래는샤이니 :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 창업하려면 솔직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아마존이 나은 이유가 있을까요?
민병은 : 아마존은 시장 규모면에서 전세계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당연하고, 핵심은 FBA(Fullfilment By Amazon)예요. 지금 한국 기업들도 시도하고 있는 풀필먼트, FBA는 아마존으로 내가 내 물건을 보내면 아마존이 전세계 창고에 알아서 보관해주고 뿌려주는 시스템을 말해요.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자동으로 창고에 들어가고 나가고 사업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매우 효율적이죠.
샤이니 : 지금 사실 아마존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도 그렇고 주목을 받았던 이유가 팬데믹으로 엄청난 실적 증가가 나타났기 때문이에요. 판매자들도 크게 혜택을 봤고요. 그런데 한편으론 의문도 들어요. 점차 일상회복이 정상화되면 플랫폼에 기댄 매출이 줄어드는 것 아닐까요?
민병은 : 아닙니다. 영향 안 미칠 거예요. 오히려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봐요. 작년 대비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사람들의 구매 경험, 구매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오프라인에서 사는 물건들도 아직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미국에서 인터넷 쇼핑 경험이 없던 사람들의 80%가 비대면 쇼핑을 했다고 조사로 나와요. 그런 관점에서 생각할 때 구매 방식은 변화. 크게 다시 돌아가긴 어렵다고 봐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자면`아마존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가격이 최저가가 아니어도 이용하고, 필요한 것을 가장 빠르게 찾는 플랫폼에 적응한 상태`로 표현해요. 리테일 구매 방식의 변화로 플랫폼 안에서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작게, 되도록 작게…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하세요`샤이니 : 초기 과정을 짚어볼까요? 대기업을 다니다가 사업을 하고 계세요. 아마존 셀러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민병은 : 어릴 때부터 사업하고 싶어했어요. 처음엔 앱을 만들었는데, 앱스토어에서 데이터, 시장 조사 정보를 다 알려주니 괜찮게 됐어요. (얼마나 벌었어요?) 물론 돈을 잃지 않았지만.. 수입은 3만원 정도에 그쳤죠.
그런데 앱은 실패했지만 정말 마음에 남았던 건 시장조사하는 방법을 알게 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아마존을 보니 물건의 무게, 배송 정보, 리뷰 몇 천개 씩 다 알려주는데 계산하기 쉬웠고, 대략적으로 이거 어디서 얼마에 구할 수 있어. 배송비 얼마다. 구상이 되니 이걸로 사업을 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했죠.
샤이니 : 혹시 이런 걱정을 하는 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존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요?
민병은 : 이런 질문받을 때마다 어떻게 답해드릴지 정말 곤란해요. 사업 시작하겠다는 건 큰 마음을 먹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영어 한 페이지 못 써서 안 할 거예요? 나중에 사업하면서 훨씬 더 큰 일을 경험할텐데 말이죠. 한국이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때도 영어 못 한다고 해도 되나 주저하면 황금같은 기회를 놓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란 내가 배워야하는 새로운 기술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접근해야 해요. 저는 처음에 되도록 작게, 작게 시작하자 생각했어요. 완벽한 아이디어만 찾다가는 힘만 너무 빠질 수 있고, 그러다 기회를 놓치면 영영 못하게 될 수 있어요. 용기가 없어서 시도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배워야 하는 스킬이라고 생각하세요. 실패를 해도 너무 상심하지 않을 정도라면 작게라도 도전해야만 성공의 실마리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다음주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