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과 은퇴 후 상상을 뛰어넘는 말과 행동으로 화제를 모은 신조 쓰요시(49) 닛폰햄 파이터스 신인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닛폰햄은 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신조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신조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속보로 전했다.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부터 신조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SNS에 "가끔 팬 투표를 통해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고자 한다. 그때 투표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신조 감독은 기자회견 직전, SNS 라이브 방송에서 "경기 중에도 라이브방송으로 작전 등에 관해 토론하는 건 어떨까"라고 말해 구단과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와인색의 화려한 정장에 깃이 높은 와이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의 첫 마디는 "선수 겸 감독으로 이 자리에 서게 돼 기쁘다"였다.
재빨리 가와무라 고지 구단 사장이 "(신조 감독은) 감독 역할만 합니다"라고 정정하자, 기자회견장에는 폭소가 터졌다.
이후에도 신조 감독의 파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머무는 동안 닛폰햄이 계속 하위권에 있어서 언젠가 내가 감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감독 제의가 왔을 때 1초 만에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웃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성형 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신조 감독은 이날 "얼굴은 바꾸지 않고, 팀을 바꾸고 싶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목표도 다른 감독과 달랐다. 신조 감독은 "우승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세우면 선수도 전혀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 꾸준히 연습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를 치르면서 `오늘은 이겼다`라고 하루를 마감하며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닛폰햄 선수의 얼굴과 이름은 전혀 모른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그러나 닛폰햄이 어떤 플레이를 해왔는지는 알고 있다. 함께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팀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조 감독은 현역 시절 자주 달았던 1번을 감독이 된 후에도 달 생각이다.
그는 "1번은 주목받는 번호다. 일단 내가 달겠다"고 말해 또 웃음을 선사했다.
감독의 권위는 내려놓을 생각이다. 신조 감독은 "나를 감독이 아닌 빅 보스라고 불러달라. 발리에서도 그렇게 불렸다"라고 요청했다.
신조 감독은 현역 시절, 경기장 안팎에서 상식을 깨는 돌발 행동으로 관심을 모았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던 1999년 6월 12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 연장 12회말에 고의사구를 택한 투수의 공을 쳐서 끝내기 안타를 만들고, 미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는 2004년 닛폰햄 소속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해 홈스틸에 성공했다.
팬들에게 사인해주다가 원정 경기를 위해 예매한 신칸센을 놓치고, 삿포로돔 천정에서 그네를 타고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등 여전히 일본프로야구에서 회자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시아인 최초 기록도 만들었다.
2001년 뉴욕 메츠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입성한 신조 감독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안타를 쳤다.
2006년 닛폰햄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신조 감독은 은퇴 후에도 방송인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어머니가 거액을 사기당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신조 감독은 2019년 11월 "현역에 복귀하고 싶다. 1년 뒤 트라이아웃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2020년 12월 일본프로야구 13개 구단 합동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역 선수로는 복귀하지 못했지만, 신조 감독은 선수보다 주목받는 사령탑으로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다시 올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