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25일 발생한 통신장애와 관련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약관에는 이번 사태에 적용되는 기준이 없어 실질적인 배상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약관상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피해 보상 기준은 `연속 3시간 이상 또는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로, 1시간 25분간 이어진 이번 장애는 보상 기준에 미달한다.
전날 구현모 KT 대표가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 아현국사 화재 당시 KT는 소상공인 1만2천명에게 최대 12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가입자에게는 1개월 이용료를 감면해주는 등 보상을 실시했으나 이 역시 약관과는 별개의 조치였다.
KT는 사고원인에 대한 규명과 피해규모 집계가 이뤄진 후 구체적인 보상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과 기업, 개인 가입자들은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KT의 발표를 기다려야 하게 됐다.
현행 약관을 준용해 보상을 실시해도 실제 가입자들의 피해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KT 무선가입자 2천277만명과 유선가입자 916만명에 대해 약관을 준용해 1시간 서비스 불가에 대한 손해배상을 가정하면 약 73억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KT 2분기 영업이익 4천758억원의 1.5%에 해당하며, 2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당 불과 200∼3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연속 3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은 데이터통신 이전 세대 약관으로, 고도로 온라인화된 사회에선 단 1분만 통신망이 마비돼도 엄청난 혼란과 경제적·신체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실에 크게 동떨어진 유무선 약관조항을 온라인·비대면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통위는 아현국사 화재 이후 통신 3사와 협의해 피해 보상 범위를 기존 6배에서 8배로 확대하는 등 약관을 개정했다. 그러나 연속 3시간 이상 등 보상 기준 시간은 그대로 유지됐다.
방통위는 약관 개정에 따른 요금인상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 기준 시간 변경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