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돌연 철회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년에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면서 부통령 출마 계획을 접었다.
두테르테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두테르테는 "대다수의 필리핀인들은 내가 자격이 없으며 헌법을 위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여론조사 기관인 SWS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두테르테의 내년도 부통령 선거 출마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야당 등 반대세력 일각에서는 두테르테가 내년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된 뒤 후임 대통령으로부터 권좌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 부통령 출마는 그가 대통령 취임 직후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 등 반인륜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사법처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ICC는 지난달 15일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앞서 두테르테는 내년 5월 정·부통령 선거에 집권당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집권당 `PDP 라반`의 두테르테 계파는 지난달 8일 전당대회를 열고 현직 대통령을 내년 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로 추대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