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새로운 복병을 만났습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든 데다 신규 공장 증설도 국내보단 해외에 치우치면서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걸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달 현대차, 기아 등 5개 완성차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판매한 차량은 모두 54만4천여 대.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넘게(5.6%) 줄어든 수치로, 하반기 들어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이른바 `피크아웃`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겁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된 데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차질이 빚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든 데다 신규 공장 증설이 국내보다 해외에 치우치면서 국내 생산량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50만 대 수준으로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었습니다.
이렇다보니 기아 K8이나 현대차 투싼과 같은 일부 인기 모델들은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출고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대리점 관계자(음성변조) : 전체적으로 (차량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투싼이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5~6개월, 아이오닉5는 2월에 계약했던 게 아직 안 나온 차들이 많아요.]
특히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는 처음부터 생산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오히려 국산차를 수입해야 되는 딜레마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철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하고 있고, 배터리 공장들도 완성차 공장보다 먼저 해외로 나가서 만들기 때문에 전기차 시대가 되면 국내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게 힘들어질 지도 모릅니다.]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경우 ‘국산차’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