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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산맥을 덮고 있는 유럽 최남단의 빙하가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급속히 줄면서 앞으로 20년 안에 작은 얼음덩어리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산하 `피레네 생태연구소`(IPE) 연구진은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산맥의 빙하 후퇴 상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1년에 촬영된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와 항공사진을 지난해 여름 현장 방문과 산맥 능선의 3차원(3D) 모델 등을 활용해 얻은 자료와 비교해 빙하의 상태를 살폈다.
그 결과, 2011년 이후 빙하 3개가 아예 사라지거나 얼음 띠 정도로 줄어드는 등 빙하로 덮인 면적과 두께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남아있는 빙하 20여 개 중 17개는 얼음 두께가 평균 6.3m 얇아졌으며, 빙하로 덮인 지역은 5분의 1 이상(23%)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빨리 녹는 빙하 중 일부는 얼음두께가 최대 20m까지 얇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얼음 질량 손실을 분석한 과거 연구 결과와 비교해 연간 얼음 질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1980년대 이후 늦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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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피레네 지역의 기온이 19세기 이후 섭씨 1.5도가 상승한 점을 지적하면서 빙하 후퇴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는 것으로 지목했다.
유엔 기후 전문가들은 남부 유럽이 포함된 `지중해 분지`를 파괴적 열파와 물부족,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겪게 될 `기후변화 집중피해지역(hot spot)`으로 꼽고 있다.
연구진은 "피레네 빙하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으며, 앞으로 20년 이내에 아예 사라지거나 작은 덩어리만 남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을 갖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빙하의 얼음이 사라지는 것은 피레네의 풍경과 앞으로 영향을 받게 될 생물다양성에 "비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기후학자 헤수스 레브엘토 박사는 "현재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알프스와 같은 다른 산맥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을 미리 경고하는 것"이라면서 "빙하 질량이 훨씬 더 크지만 그들의 앞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