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회가 고질병과 같은 `부패 경찰` 사건으로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경찰서 내에서 경찰 간부가 마약 용의자에게 돈을 뜯어내려 고문을 가하다 숨지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증거 은폐 시도도 있었다.
특히 이 경찰 간부는 월급이 143만원 정도지만 20억원이 넘는 호화 저택에 최고급 스포츠카 등 고급차 13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부패상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부 나콘사완주 경찰서의 티띠산 우타나폰(39) 전 서장이 전날 오후 자수했다.
티띠산 전 서장은 이달 초 경찰서에서 마약 용의자 치라퐁 타나피팟(24)을 고문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그는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삭제를 지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부하 경찰관 중 한 명이 CCTV 동영상을 한 법률지원단체의 변호사에게 보내면서 추한 진실이 최근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경찰관은 동영상을 경찰청장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티띠산 전 서장이 용의자에게서 돈을 갈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티띠산 전 서장이 요구한 액수는 200만 밧(약 7천150만원)이었다.
변호사는 동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여기엔 경찰서 사무실에서 티띠산 전 서장이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이 묶인 마약 용의자 치라퐁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겹겹이 씌우고 질식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용의자 머리에 씌운 비닐봉지는 6장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버둥 치던 용의자가 쓰러지자 경찰들이 응급조치하는 장면도 화면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해당 동영상이 공개되자 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를 포함해 경찰 7명이 직위 해제 조처됐다.
방콕에 있는 티띠산 전 서장의 호화 저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또 한번 여론의 공분이 일었다.
그의 월급은 4만밧(약 143만원)이었지만, 그의 저택 가격은 6천만 밧(약 21억원)에 달했고 집에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포함해 고급 스포츠카와 외제차가 13대나 있었다.
티띠산 전 서장의 별명이 `조 페라리`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차들의 가격만 해도 1억 밧(약 36억원)이 넘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그가 2011년부터 약 7년간 밀반입된 고급 차량 368대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면서, 당시 규정상으로 밀반입 차량 경매 수익의 상당 부분이 경찰에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자수한 뒤 전화로 진행한 언론 기자회견에서 마약 용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돈을 뜯어내려 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더 캐내기 위해서였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용의자 휴대폰에 마약 관련 사진들이 있어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려다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태국 경찰의 부정 부패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군과 함께 태국의 대표적인 `힘 있는` 기관인 경찰은 그동안 각종 비위와 부패 사건의 당사자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 왔다.
신문은 경찰 개혁 법안이 발의됐지만, 경찰 출신 인사들의 이견 등으로 인해 처리가 애초 계획보다 수년이나 지연된 상태라면서 올해에도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