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압박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무작정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집마련을 위한 잔금과 생활자금으로 활용되는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건데요.
내집마련 등을 위해 영끌로 대출을 받은 실수요자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초 시중은행에서 8천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40대 직장인 정모씨.
최근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한시 중단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에 은행 창구에 문의를 한 그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도의 80~90%를 써온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가 내년 만기 때 5천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모씨 : 정부 정책이 대출을 다 줄이라는 상황이라서 그동안 유지해줬던 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어 지금보다는 한도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꺼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도를 줄여버린다면 그만큼을 다른 데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사용률이 10%가 안되는 마이너스 통장만 연장 시 한도 최대 20% 축소한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기본 방침.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실제 은행 창구에선 이용률이 높더라도 다른 대출이 생겼거나 연봉보다 대출이 많은 경우 한도를 더 줄이겠다고 통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도가 유지되더라도 대출규제와 시장금리 상승 여파에 따른 이자 부담은 피할 수 없습니다.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연 3.26~3.79%)는 1년 전(2.43~3.04%)과 비교해 0.7%포인트나 올랐습니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이미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한 상황. 다른 시중은행들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조치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A 은행권 관계자 : 은행들 대부분 얼마씩 줄이는 방향으로… 10~20%씩 감액하고 있죠.]
[B 은행권 관계자 :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아마 다 할꺼예요. 오픈만 안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연소득 이내로 하는 걸로 내부적으로…]
만기가 짧고 금리변화에 취약한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신용대출 조이기가 확산되면서 내집마련과 생계자금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에 대한 불안감만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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