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을 맞아 모처럼 빙과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와 전통 강호 롯데계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9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저출산과 대체 디저트 등장 여파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조6,832억원에 달하던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792억원으로 축소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장 장마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1조5,27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짧은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모처럼 대목을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증가한 가정용 대용량 아이스크림 수요와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라는 신규 판매 채널 확대가 실적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박리다매`를 표방하며 아이스크림을 개당 400원(바타입 제품 기준)에 판매하는 무인 점포다.
실제로 2019년 2,200개에 불과했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지난해 3,600개로 늘었고, 올 1분기에만 400개가 더 생겨 현재 4천개에 달한다. 지난 2014년 7월 출범한 편의점 업계 4위 이마트24의 점포 수가 이제 5,300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스크림 할인점 확장세가 훨씬 공격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빙과업체의 아이스크림 할인점 매출 비중은 25%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할인점 판매는 그동안 쌓였던 재고 처리 기회도 된다"며 "매대 수도 편의점 대비 3~4배 많아 제조사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판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빙그레와 롯데제과 등 주요 빙과업체의 7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여름철 판매 실적이 반영되는 3분기가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가 31.8%, 빙그레 27.9%, 롯데푸드 15.3%, 해태아이스크림 12.7%로, 단일 업체 기준으로는 롯데가 앞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빙그레 연합과 롯데계열(롯데제과+롯데푸드) 양강 구도로 새 판이 짜였다.
시장에서는 빙그레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가 반영되면서 올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우선 롯데에 비해 부족했던 콘타입 제품을 보강하며 상품군 전반의 경쟁력을 갖췄다. 해태 부라보콘은 1970년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으로, 연매출 500억원 대의 대형 제품이다.
여기에 빙그레 대표 브랜드인 메로나의 해외 인기에 힘 입어 해태아이스크림 제품의 해외 진출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통해 부문별 메가브랜드를 갖추게 됐다"며 "해외 수출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 시장 지배력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경쟁업체 대비 빠른 실적 만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라이벌 롯데계열도 업계 1위 탈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제과는 업계 최초로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론칭해 비대면 판로를 개척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나뚜루`의 월간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5월에는 `월간 아이스`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여 나흘 만에 200명의 구독자 모집을 완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매출 1위 제품인 월드콘 브랜드 홍보 모델로 배구선수 김연경을 발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롯데푸드도 돼지바로 대표되는 스테디셀러를 다양한 신제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는 중이다.
다만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은 오랜만에 호황을 맞이한 빙과업계 전반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은 리터(L)당 2.3% 오를 전망이다. 아직 정부와의 막판 협상이 남아 있지만 예정대로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아이스크림 등 우유로 만든 제품 가격의 인상 요인이 되지만, 소매점이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업계 특성상 납품가 인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가 부담 상승이 판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적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빙과업계 관계자는 "가격정찰제가 시행 중이긴 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만 제시할 뿐, 여전히 판가는 최종 판매자가 정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성수기가 지난 이후가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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