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B자산운용이 퇴직연금 상품 운용과 관련해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 `뱅가드`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 자문 계약이 올해말 종료될 예정입니다.
KB자산은 뱅가드와의 재계약이 무산되자 자체 운용방침을 밝혔지만 방대한 글로벌 자산을 장기간 운용해야하는 퇴직연금 상품 특성상 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뱅가드와의 협업을 강조하며 약 5천억 원 규모로 상품을 팔았는데 고객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수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KB자산운용 홈페이지에 나온 퇴직연금 상품 `온국민TDF`에 대한 설명입니다.
장기간 우수한 수익률과 저비용으로 글로벌 TDF 운용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뱅가드`와의 협업을 강조합니다.
[KB자산운용 관계자: 글로벌 시장에서 TDF 상품이 가장 많이 판대되는 곳이 미국입니다. 그 안에서 뱅가드라는 회사가 있는데 글로벌 전체 시장의 40%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 회사의 독자적인 투자모델과 한국인의 특징을 반영해서 만든게 KB온국민 TDF고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 KB온국민TDF 설정액은 지난달 6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계열사 상품을 밀어주며 4천800억원, KB증권이 300억원을 팔았습니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이 자문계약을 맺은 뱅가드는 미국 본사가 아닌 홍콩법인으로, 최근 미국 본사가 아시아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더 이상 이 홍콩법인과의 자문계약을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 본사는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과의 계약을 꺼려해 당초 계약도 홍콩법인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TDF상품의 경우 글로벌 자산배분이 중요해 글로벌 리서치 능력이 필수인데 이번계약이 끝나면 현지 리서치 노하우를 제대로 적용할 수 없어 상품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운용사와 자문이나 위탁 등의 협력을 통해 TDF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 TDF가 글로벌리 방대한 자산 배분을 해야하고 수십년 길게는 50년동안 운용을 해야해서... 글로벌 자산배분이란 게 각 지역이나 섹터들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해야하는데 어디가 좋고 어떤식으로 비중을 짤 건지가 중요한데 국내에는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데가...]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 (예를 들면) 기존에 자문 받았을 때 "뱅가드 ETF의 ABC를 몇%씩 넣어라" 라는 자문을 했을 거에요. 이제 자문 계약이 끝났으니 그 몇%를 KB에서 알아서 넣는거죠.]
실제 한화에서 운용한 글로벌리츠펀드의 경우 글로벌자문사와 2019년 자문 계약을 종료한 이후 수익률이 악화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KB자산운용의 퇴직연금 운용에 큰 위기가 닥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KB운용은 자체적으로 뱅가드 TDF의 `글라이드패스`를 계속 활용할 예정인데다 편입자산도 뱅가드의 ETF를 계속 담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글라이드패스`란 생애주기별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연결한 선으로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높이면서 연금자산을 연착륙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KB운용은 현재 TDF 자체운용 전담 조직을 5명 내외로 꾸려 `다이나믹TDF`라는 이름의 엑티브 펀드를 내놓고 자체자금을 투입해 시범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은 이번달부터 PB추천 펀드에서 KB운용의 TDF상품을 제외시켰습니다.
일부에서는 KB운용이 자체운용을 통해 좋은 수익률을 올린다면 지금까지 해외에 의존하던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행이 전환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장내에 우려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KB자산운용과 뱅가드의 재계약 무산 사실을 관련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아직 모르고 있어 또 다른 논란도 우려됩니다.
이에 대해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은행은 하반기 중 고객들에게 펀드 계약 변경 사실을 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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