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이지만 한파가 여전한 영화관에 구원투수가 등판합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작품 `블랙 위도우`가 오는 7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합니다. 지난해 5월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연기를 거듭하다 비로소 관객 앞에 섭니다.
대한민국 역대 외국영화 흥행 1위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올라있을 만큼 한국도 마블 팬층이 탄탄합니다. 개봉이 닷새나 남았음에도(7/2일 기준) 예매 관객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영화와 외국영화를 통틀어 올해 개봉작 중 최고 기록입니다.
모처럼의 예매 열기에 영화관도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CJ CGV는 지난달 15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블랙 위도우 골든 티켓`을 선보였고, 롯데시네마는 오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영화를 보면 음료 컵과 포스터를 제공하는 `스페셜 굿즈 상영회`를 진행합니다. 황재현 CJ CGV 팀장은 "여름 극장가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라 기대하며 "마블 영화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인 만큼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관객 회복세도 긍정적입니다. 지난달(6월) 영화관을 찾은 전체 관객은 492만 8천 명으로 2021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월간 관객수는 지난 4월 256만 2천 명으로 바닥을 찍은뒤 5월 438만 명에 이어 석 달 연속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입니다. 2019년 가장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은 달은 8월이었는데 당시 기록은 2,478만 6천 명으로 지난달(6월)은 그 5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이 여파에 국내 1위 멀티플렉스 사업자 CJ CGV는 지난해 3,8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1분기 628억 원 적자에 이어 2분기 역시 386억 원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영화관들이 줄줄이 관람료를 올린 원인도 결국 마블 개봉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CJ CGV가 지난 4월 롯데시네마가 이달 1일에 각각 가격을 올렸고, 메가박스는 오는 5일 인상에 동참합니다. 이로써 이들 3사의 영화 관람료는 2D 일반 영화 성인 기준으로 주중 1만 3천 원, 주말 1만 4천 원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비록 코로나19 시국이긴 하지만 여름철이 최고의 성수기인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에도 8월에만 883만 4천 명의 관객이 영화관에 들며, 코로나19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집계된 바 있습니다. 사실상 올해 매출의 성패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각사 역량을 총동원해 치열한 관객 잡기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입니다.
`블랙 위도우`의 성과는 국내 영화계뿐 아니라 글로벌 제작사들의 개봉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블랙 위도우가 우리나라에서 잘 된다면 007시리즈 등 미국 블록버스터들의 개봉도 속도를 낼 것"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의 국가별 관객 순위에서 한국이 3~5위권을 오르내리는 주요국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노 교수는 7~8월이 영화관들의 매출 회복 기회라 진단하며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 추이와 방학 성수기 분위기 등을 두고 영화관 3사가 부지런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