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1인 가구인 저는 거의 매일 배달을 시켜 먹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집 밖을 나서기가 더욱 쉽지 않게 됐죠. 가끔 배달비가 아까울 때도 있지만 어떤 걸 시켜도 음식이 식지 않게 집 앞까지 가져다 주는 매력에 몇 만원도 아니고 몇 천원은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생긴 겁니다.
정부도 외식쿠폰을 뿌리는 등 배달을 권장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배달 라이더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고, 어떤 라이더는 억대 연봉을 번다는 얘기가 있고요. 그래서 제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월급이 모자라>가 선택한 부업은 `배달 라이더`입니다.
● 왜 `배달의민족` 아니고 `쿠팡이츠` 였을까?
배달 라이더는 크게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배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가입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만, 쿠팡이츠의 경우 자전거나 도보배달은 회원가입만 하면 바로 라이더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면 보온 및 보랭가방 정도가 전부죠.
반면에 배달의민족은 진입장벽이 조금 높습니다. 첫 배달을 하려면 배달과 안전보건 등 1~2시간 가량의 온라인 교육을 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이츠도 교육을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필수로 거쳐야 될 과정은 아니라는 거죠. 쿠팡이츠는 교육을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라이더를 모으고 있습니다.
● 도보배달 vs 킥보드배달…어떤 게 더 벌어?
저의 첫 배달은 도보였습니다. 배달하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점에 가서 픽업을 한 다음에 주문한 손님에게 배달을 하는 순서죠. 쿠팡이츠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음식점 측에게는 배달을 시킨 사람, 그러니까 구매자의 주소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배달은 어떻게 하냐. 제가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픽업하면 그제서야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매자의 주소가 뜨게 됩니다. (꼭 픽업완료에 체크를 해야만 한다는 점 참고하세요.) 저는 길치라 음식점을 찾는 데만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배달 부업을 하던 날은 절기상 `하지` 였습니다. 뜨거운 음식까지 든 가방을 드니 배달 한 건에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이번에는 전동킥보드로 배달방식을 바꿨습니다. 도보보다 좀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런데 배달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밖에 없더군요.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전동킥보드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쿠팡이츠에 문의하자 `자전거`에 해당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도보 보다는 전동킥보드의 배달 수수료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일단 배달 수수료는 주문량이나 시간, 거리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됩니다. 또 이미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보다는 아닌 쪽의 수수료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제 경우에는 전동킥보드 배달에 비해 도보 배달 수수료가 2배 가량 높았습니다.
전동킥보드를 잘 못 타는 분들은 안전함을 고려할 때 도보배달을 더 추천합니다. 안전 이외에도 문제는 있는데요. 콜이 뜨면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평지라면 실제와 예상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은 언덕길, 육교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계산해주지 않죠. 시간에 쫓기는 데다 길까지 험한 탓에 음식물을 엎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 배달 라이더의 `억대 연봉` 정말 가능하다?
얼마전 서울 강남구에서 활동하는 쿠팡이츠의 한 배달 라이더가 일 급여 47만 1,100원을 벌었다고 알려졌죠. 주 5일을 일한다고 하면 연 1억을 넘게 버는 셈입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하루종일 쉬지 않고 배달을 뛰지 않는 이상 `억대 연봉`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이 배달 라이더의 경우도 주말의 많은 주문량과 우천 할증 등이 붙었기 때문에 그날만 특히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거죠.
배달 라이더가 받는 기본 수수료는 3,000원에서 5,000원 정도. 실제로 저 역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달 일을 했는데요. 총 3건의 배달로 약 1만 3,000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처음으로 한 도보배달의 수수료는 7,000원, 이후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두 건의 수수료는 각각 2,710원, 3,760원으로 책정됐더군요.
● 불 붙은 단건배달…쿠팡·배민의 `영토전쟁`
배달시장은 코로나19로 엄청난 반사이익을 봤고 지난해에만 두 배 이상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죠. 업계에서는 이런 성장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도 속속 탄생하는 모습이죠.
특히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배달 라이더 1명이 1건의 배달을 맡는 `단건배달`을 도입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지역 쿠팡이츠 앱 순 방문자 비율은 지난해 1월 2%에서 올해 2월 20%까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은 59%에서 53%, 요기요는 39%에서 27%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죠.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서비스는 서울 강남3구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빠르게 늘렸습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배달의민족 등은 쿠팡이츠 견제를 위해 `단건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죠. 그러면서 배달 라이더가 하나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단건배달은 음식주문 건수와 배달기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요. 주문 건수에 비해 배달기사 수가 부족하면 음식이 밀려 배달이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업체들의 배달 라이더 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면 라이더의 몸값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 "배달 시킨 손님보다 음식점 눈치 더 봐요"
이 부업의 가장 큰 장점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달 요청 대부분이 "문 앞에 놔주세요" 였기 때문에 구매자와 제가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마주치는 사람이 있긴 하죠. 바로 음식점 사장님들입니다. 물이 정말 마시고 싶었는데 어느 곳에서도 `한 잔 주십사` 요청할 수 없을 정도로 냉정했습니다. "쿠팡 이츠 배달이요" 하는 순간 손님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음식을 툭 던져주는데 왜 이렇게 서럽던지요.
"어쨌든 이번 부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전업이 있는 직장인들이 점심이나 저녁 등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내 두 다리를 비롯해 다양한 운송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운동(?)도 되고요. 자투리 시간이 너무 아까운 분이라면 지금 도전해 보세요! 지금까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배달 라이더` 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4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mHfj483mM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