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대형 `K-조선사` 출현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두 조선사 결합에 대한 심사가 2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과 또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기 때문인데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합병 반대 여론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 합병의 열쇠를 쥔 곳은 유럽연합, EU입니다.
기업결합 심사 신청일로부터 통상 30일, 길어도 120일 안에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벌써 2년 가까이 감감무소식입니다.
두 회사의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르는 만큼 독과점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됩니다.
두 기업의 결합에 찬성하더라도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는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결정을 보고 심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우리나라 역시 내부적으로 `조건부 승인` 방침을 정한 상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 우리가 (EU보다) 먼저 승인을 한다고 해도 그냥 승인을 할 수 없거든요. 저희가 어떤 조치가 나가야 되는데... 조건부 승인이라는 것 자체가 저희가 시장 조치를 먼저 하게 되면 EU도 분명 그냥 승인은 안해줄 거고 조치를 할 거거든요.]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습니다.
2년여 전과 달리 조선업이 중장기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합병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거란 주장입니다.
독과점을 피하기 위한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의 혜택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돌아갈 거란 점을 감안할 때 합병에 손을 들어줄 명분이 약하다는 겁니다.
[서일준 / 국민의힘 의원 : 이번 합병은 앞으로 10년간 세계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하는데 오히려 우리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고급 인력을 해외로 유출시켜서 타국에 더 도움이 되는게 아닌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과 1~2년 전만 해도 수주 절벽에 시달리며 국내 조선업계가 `저가수주 경쟁`으로 출혈이 컸던 만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합병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조선 연구위원 : 지금은 (업황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또 언제, 어떤 외부요인에 의해서 어려워질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우리도 중국이나 일본처럼 단일화 된 큰 규모의 기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앞서 중국과 일본이 잇따라 자국 조선사 합병에 나서며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