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마땅한 잠재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이 거듭되는데도 매각 절차를 강행해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19일 자원업계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15일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 지분 매각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작년 12월 말 입찰을 공고한 뒤 입찰서 제출 시한을 4월 22일에서 이달 10일까지 한차례 연장했다. 그런데도 응찰자가 없자 다시 매각 공고를 낸 것이다. 신청 기한은 이달 28일까지다.
호주 시드니 북쪽에서 약 80㎞ 떨어진 곳에 있는 와이옹 광산은 광물자원공사가 지분 82.25%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은 SK네트웍스 8.5%, 경동 4.25% 등이다.
와이옹 광산은 광물공사가 십수 년 공을 들인 프로젝트다. 1995년 탐사 개발에 뛰어들어 2005년 호주 BHP사로부터 지분 78%를 사들이면서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9년 6월 채굴권을 최종 획득했다.
당초 2022년부터 28년간 연 500만t의 발전용 석탄을 캐 동남아 등지 등에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됐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이번에도 유찰되면 재입찰 공고를 낼지, 수의계약으로 전환할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물공사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코발트 광산 지분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 용역 입찰 공고도 다시 냈다. 지난해 8월과 9월, 올해 5월에 이어 네 번째 공고다.
암바토비 광산은 국내에서 4조6천억원 이상 투입된 최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다. 이 광산의 전체 사업비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0조원에 이른다.
현재 광물자원공사 22.5%, 포스코인터내셔널 4%, STX[011810] 1% 등 한국 컨소시엄이 27.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최대 주주는 54.1%를 보유한 일본 스미토모사다.
광산 매장량은 원광 1억4천620만t이며, 2014년부터 연간 니켈 3만3천∼4만7천t, 코발트 3천t 안팎을 생산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보유 지분 전량을 팔기로 하고, 매각 세부 전략과 잠재적 매수자를 물색할 자문사를 구하고 있지만, 자문사 선정조차 난항을 겪는 것이다.
공사 측은 "암바토비 광산 프로젝트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하다 보니, 업체들이 매각 과정 전체를 준비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공사가 매각 절차를 밀어붙이는 것은 암바토비 광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광산 조업이 중단되면서 작년 상반기에만 1조6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그 여파로 광물공사의 작년 말 부채는 6조7천535억원으로, 자산(3조207억원)의 배를 넘겼다.
정부는 광물공사의 부실을 떨어내려면 해외자산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광물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광해광업공단을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공단이 출범하면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기능은 없애고, 기존 해외자산은 산업부에 설치될 해외자산매각관리위원회 방침에 따라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자원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의 주된 소재인 니켈, 코발트가 향후 전기차 보급 확산 전망과 함께 핵심 광물로 떠오르는 시점에 암바토비 광산을 매각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이제 시작 단계로, 니켈과 코발트의 슈퍼사이클은 수십 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광산 하나 개발에 최소 10~20년 걸리는데, 힘들게 산 광산을 굳이 팔려는 이유
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사가 서두를수록 헐값에 팔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4월에도 광물공사는 2011년 인수한 칠레 구리광산 지분을 투자원금의 60% 수준에 매각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최근 탈석탄이 대체적인 흐름이지만 향후 수십 년간은 석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 매각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