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은 1900억 달러 규모 기술지원 법안의 의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중국 내 투자나 거래를 규제하거나 검토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중국에 진출한 반도체와 의료기기 업체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게 미국 기업들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이유다. 양국간 무역 적자는 2002년 이후 매년 1,000억 달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원은 미국 기업들이 중요한 기술을 중국으로 아웃소싱해 국가 안보를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신고 의무화나 기관 간의 검토 등 일종의 `안전장치`를 원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첨단기술 연구에 1200억달러를,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지원금으로 540억달러를 책정한 상태이다. 미국 현지에 반도체 시설을 세울 경우 해외기업이든지 미국기업이든지 무관하게 연방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원 법안의 핵심 목표는 미국에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유일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주를 지역구로 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루비오 상원 의원은 미국의 국가 안보 관련 공무원들이 지원금 수혜 기업들을 심사해야 하며 중국 정부나 중국 국영기업체 등 외국 기관의 자금이나 지원을 받을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중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에서 국제정책 선임 부대표를 맡고 있는 존 머피는 2018년 이미 마련된 수출통제 개혁법(ECRA)으로 중국 투자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잇단 수정안들이 상원에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들이 연방 지원금을 받는 길이 막히면 최대 수혜 기업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될 것이라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지난해 인텔은 중국 내 유일한 반도체 공장을 한국의 SK하이닉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과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공화당계 정책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는 기업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저는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그때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며 "그것으로 끝이다. 이게 싫다면 연방정부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