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물걸레로 닦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해서 합성 가죽 소파 많이들 쓰실텐데요.
부담 없이 편하게 쓸 수 있단 점에서 합성가죽 소파는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 더 많이 찾는데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소비자원에서 많이 팔리는 합성가죽 소파 19개 제품을 실험한 결과 16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나왔습니다.
간과 신장에 해롭고 불임 위험이 있는 유해물질입니다.
유럽연합의 안전 기준을 적용했을 때 무려 허용치의 320배에 이르는 양이 나온 제품도 있었습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검출된 16개 제품 가운데 3개는 납까지 검출됐고, 1개는 카드뮴까지 같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두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합성가죽 소파의 환경호르몬 규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영호/한국소비자원 제품안전팀장 :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제조 판매한 사업자에게는 현재 국내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취급하고 있는 모든 합성가죽 소파의 품질을 개선하는 등 선제적으로 조치했습니다.]
문제의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단 점에서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전소민 대학생 : 가정마다 다 있는 소파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면 우리 몸에 안 좋지 않을까. 규제 기준이 만들어지고 표시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도 알권리가 있으니까요.]
[김만재 직장인 : 합성가죽은 무두질(가죽에 화학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발암물질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안 좋게 보고 있었거든요. 합성가죽이 동물 가죽을 안 쓰다 보니 에코라고 홍보가 되고 있는건데, 합성가죽에 대한 규제 기준이 빨리 생겨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현명한 소비를 위한 지침서,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 신선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신 기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라는 게 유해 화학물질인데,
얼마전에 `국민 아기욕조`로 불리는 다이소 제품에서 검출되면서 큰 충격을 줬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합성가죽 소파에서도 나왔다고요?
<기자> `합성가죽은 `PVC(Poly Vinyl Chloride)`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염화비닐을 주성분으로 하는 플라스틱인데요. 플라스틱인 만큼 딱딱하겠죠?
말랑말랑하게 해주려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라는 화학물질을 넣어줘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말랑말랑해진 상태를 플라스티졸이라고 하는데, 이걸 직물 위에 도포해 합성가죽 원단을 만듭니다.
<앵커> 가죽소파가 합성가죽 소파 말고 또 어떤 종류가 있는거죠?
<기자> 가죽소파의 마감재로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천연가죽·인조가죽인데요.
합성가죽은 인조가죽의 한 종류입니다.
인조가죽에는 합성가죽 외에도 코팅가죽, 라미네이팅가죽, 재조합가죽 등이 있는데요.
이번에 문제된 가죽은 인조가죽 중에서도 PVC라고 불리는 합성가죽인 거죠.
<앵커> PVC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게 합성가죽을 말하는 거군요.
인조가족 중에서 합성가죽의 소파가 문제인거고요.
그런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라는 게 인체에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
<기자> 장시간 노출시 간과 신장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가소제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이나 신장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자 불임이나 조산 등을 유발하는 생식독성 물질.
따라서 가소제가 포함된 PVC 재질의 유아용 완구는 판매가 금지됐는데요.
우리나라 또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일부 PVC 완구에 가소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장시간 노출되면 장애를 유발한다는데, 하필 또 장시간 이용하게 되는 소파입니다.
일단 문제 제품들은 판매 중단이 됐다고 하는데,
이미 팔린 소파들도 환불이 되는 건가요?
<기자> 환불, 리콜 조치 모두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집에 있는 합성가죽 소파가 문제의 제품일 수 있는데 알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인데요.
소비자원에선 해당제품 공개도 불가능하단 입장입니다.
국내에는 합성가죽 소파에 대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기준이 없기 때문인데요.
권고 이상의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기준이 없어서 환불도 리콜도 안되고, 우리집 소파가 문제의 제품인지 알 방법도 없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소비자는 그러면 넋놓고 당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기자> 합성가죽 소파를 사용하고 계시다면 처분하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문제제품이 아닐 수도 있지만, 판매량 상위 브랜드 위주로 실험한데다 84%로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10개에서 8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단 얘기인데요.
실험 대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10만원~40만원대의 저가형 3인용 합성가죽 소파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 가격대의 합성가죽 소파를 검색해보니 대략 30여개의 브랜드가 나오더라고요.
이 가운데, 유럽에서 수입된 소파들은 규제 기준을 적용받을테니 이들을 제외하면 대략 20여개 브랜드로 좁혀집니다.
소비자원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 유럽에서 수입된 제품이라고 한다면 유럽 내에서 유통되는 품질을 갖췄다고 볼 수 있잖아요. 따라서 저희가 검사한 가소제나 납, 카드뮴에 대한 기준을 갖춘 제품이라고 볼 수 있죠.]
<앵커> 그러니까 유럽에서 수입된 제품은 합성가죽이라도 괜찮다라는 거네요.
그 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들, 저가의 합성가죽 소파가 20여개 브랜드 정도 된다는 건데,
여기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문제된 제품들 상당수(13개)가 중국에서 제조된 합성가죽 소파였습니다.
국내에서 제조된 제품도 일부(3개) 있는데,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의 비율이 81%로 높습니다.
따라서 집에 있는 소파가 저가형 합성가죽 소파고, 중국에서 제조됐다면 문제의 제품일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실험 대상은 3인용 소파였는데요.
대표성을 갖는 제품이 3인용이라 판단해서 실험대상으로 선택된 것일 뿐,
`우리 집은 2인용이나 4인용 합성가죽 소파니까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브랜드가 같다면 2인용이든 3인용이든 관계없이 같은 가죽 제품을 쓰기 때문입니다. 위험하긴 마친가지입니다.
<앵커> 우리 집에 있는 합성가죽 소파가 40만원이 넘지 않고, 게다가 중국에서 제조됐다 라고 한다면
강하게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네요?
문제가 되는 소파라면 처분을 당연히 해야겠습니다만,
한두푼도 아니고 당장 처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기자>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피하는 게 중요한데요.
소파를 처분하기 어렵다면 맨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커버를 씌우는 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아무래도 소파는 편한차림으로 이용하는데다 자주 누워있게 되잖아요. 피부 접촉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유해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매우 높단 점 유념하셔야할 텐데요.
더 걱정스러운 건 합성가죽 소파는 가격이 저렴해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더 많이 사용한단 점입니다.
어차피 금방 망가질테니 아이들이 크기 전까지는 저렴한 제품을 쓰겠단 생각으로 합성가죽 소파 사신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앵커> 하루빨리 국내에도 기준이 정비가 돼야 겠습니다. 언제쯤 마련이 될까요?
<기자> 소비자원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소파처럼 몸에 닿는 가구에도 안전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취재결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연구에만 6개월이 걸리고,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에서 사전심사 및 제품안전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모든 절차를 다 끝내려면 최소 1년은 더 걸릴 걸로 예상됩니다.
<앵커> 최소 1년이나 걸려요? 답답한 일이네요.
앞으로 합성가죽 소파는 가급적 안사게 될 것 같은데,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피해를 보게 되는 사업자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기자> 이번 보도를 계기로 사업자 스스로 제품이 문제 없음을 증명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성가죽 유해물질 안전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구매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다만, `합성가죽은 무조건 안 좋은 거다` 이렇게 생각하실 필요까진 없을 거 같습니다.
그 동안은 기준이 없어서 관리가 미흡했던 거니까요. 1년 후에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합성가죽 나름의 장점도 있잖아요.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고, 저렴한데다 관리도 편하니까요.
그저 이번 실험을 계기로 기준이 빨리 마련돼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인 합성가죽 소파가 많이 등장하길 바라겠습니다.
<앵커> 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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