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는 40여곳에 달하지만, 그동안 실적은 은행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고객들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 선호 탓에 자금은 주식시장보다 은행으로 몰렸고, 은행은 이자 등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코스피가 1년간 약 한 달을 제외하고 2,000선을 넘었던 2019년,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주요 20개 증권사가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은 4조7천413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연간 순이익(9조9천62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 이후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상황은 확 달라졌다. 증권사 순이익이 은행 부럽지 않게 된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20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총 2조7천68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순이익 총합은 2조9천261억원, 94.6%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1분기 이들 증권사의 순이익은 1천633억원에 불과했는데, 1년 만에 약 16배가 급등한 것이다.
특히, 작년 1분기에는 2조5천981억원의 이익을 냈던 5개 은행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들 증권사의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주식시장 붐이 일었던 지난해 2분기부터다.
작년 4∼6월 증권사는 1조8천5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개 은행(2조2천84억원)의 80%를 넘어섰다.
이어 3분기에는 분기 2조원을 돌파(2조2천823억원)하며 은행(2조7천371억원)의 83.4%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작년 4분기에는 1조6천185억원을 기록했다. 연말 각종 비용 등을 충당금으로 쌓아둔 탓에 1조5천454억원에 그쳤던 은행을 분기 기준으로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코로나19 패닉 이후인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이들 증권사의 순이익은 8조5천272억원, 같은 기간 은행 순이익(9조4천910억)의 약 90%(89.8%) 수준이다.
작년 4월부터 1년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4조6천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8조4천억원 등 총 83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코스피도 작년 말 1,700대에서 3,000선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해외주식 투자자가 크게 증가하고,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상장을 앞둔 한 기업에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증권사들로서는 전례 없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과 증권사의 실적 차이가 커서 비교가 사실상 무의미했었는데,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다만, 이 순이익의 지속 여부는 주식시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