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행산업계는 이번 만큼은 온라인 베팅이 허용돼야 한다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과거에 기를 쓰고 반대하던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건데요.
불법 도박 시장으로 빠져버린 이용자들이 돌아올 지는 미지수입니다. 방서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도입된 전자카드 제도는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산업 이용자에 대해 현금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실명제로 운영되는 전자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1인당 10만원의 한도를 두고 본인 확인이 된 계정에 금액을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당초 2018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들의 반발에 자율 시행으로 변경됐습니다.
사행산업 특성상 실명제를 도입하면 매출이 떨어진다는 게 반대의 이유였는데, 그랬던 사업자들이 먼저 실명제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마사회. 현재 1인당 10만원으로 제한된 베팅 상한 금액을 온라인 베팅시 5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대면가입과 휴대전화 실명 인증 등 4단계에 걸친 검증을 통과해야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듭니다.
합법적인 베팅이 막히면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기승을 부렸는데, 익명성과 무제한 베팅, 온라인 구매 편의성 등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을 흡수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마와 경륜, 경정의 전자카드 이용률은 매출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예지 의원실 관계자: 사실 사업자들에겐 중독자들이 주 고객이잖아요. 레저 차원에서 즐기는 분들은 전자카드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중독적으로 하는 분들이 문젠데, 그런 분들을 막고자 전자카드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건 또 제대로 도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자카드 도입을 앞두고 시행된 설문 조사에서 사행산업 이용자 중 40% 이상이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관계부처 간 엇박자도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경륜과 경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마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마사회가 각각 사업 주체인데,
이미 온라인 스포츠토토를 운영 중인 문체부가 경륜과 경정의 온라인 베팅에 우호적인 반면, 농림부는 김우남 마사회장의 갑질 논란이 일면서 한발 물러난 상탭니다.
극단적인 경우 경륜과 경정은 되고, 경마만 안 되는 반쪽짜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홍기복 /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 (마사회법과) 유사한 사행산업인 경륜·경정법이 먼저 통과된다고 해서 비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2009년 금지된 온라인 발매가) 사행성이 심화된다거나 청소년 접근 문제 등 부작용 때문에 없어진 게 아니라 단지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 없어진 것을 고려하면 더 이상 경마 뿐 아니라 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발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불법도박 시장을 억제하는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합법 온라인 베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