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환치기를 벌인 중국 조직 등 외국인들이 관세청에 무더기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61명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37명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적발된 유형은 ▲ 환치기나 관세 포탈 등 범죄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17명(16채, 176억원) ▲ 외환당국에 부동산 취득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를 취득한 44명(39채, 664억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인 A씨는 2018년 서울에서 11억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다. 자금 출처 조사에서 A씨의 아파트 취득 자금은 불법 외환 이전, 속칭 `환치기`로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활동하는 환치기 조직은 A씨가 중국에서 조직원 통장에 입금한 위안화 768만위안으로 중국에서 가상자산(가상화폐)을 매수하고 이를 국내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해 A에게 원화 4억5천만원을 송금했다. 당시는 외국보다 비싼 국내 거래소 시세,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달했을 시기다. 이렇게 불법 반입된 자금으로 A씨는 국내 아파트를 샀다.
한국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인 B씨는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의류와 잡화 11억원어치를 수입하면서 세관에는 4억원으로 낮춰 신고하는 수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 탈세로 조성한 자금은 `갭 투자` 아파트의 보증금 상환에 쓰였다.
서울세관은 이번 외국인 부동산 자금 출처 조사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 10개를 포착해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을 불법 외환 이전에 이용하는 신종 환치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수사에서 확인됐다. 이들 조직이 지난 5년간 이전한 자금 규모가 1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환치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얼마나 쓰였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아파트 매입과 상관없이 `김치 프리미엄`을 틈탄 불법 송금은 급증 추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거주자와 비거주자가 이달 들어 13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천759만7천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3천달러의 10배, 지난 3월 송금액 1천350만4천달러의 7배를 웃도는 규모다.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지만, 송금이 폭증한 시기가 `김치 프리미엄`이 두드러진 시기와 겹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면 외국환은행장(외국환 송금 시중 은행) 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자본거래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미신고 금액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세관은 일부 외국인이 불법으로 자금을 반입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작년 말부터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이번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시가 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으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외국인을 파악해 외화송금내역 분석,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벌여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서울세관은 설명했다.
아파트 매수 지역은 강남구가 13건(315억원)으로 가장 많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등이다.
적발된 외국인 국적은 중국 34명, 미국 19명, 호주 2명, 기타 6명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세관은 수출입 가격을 조작해 관세 등을 포탈한 외국인에게 세액을 추징하고, 포탈 액수가 큰 외국인은 검찰에 고발하거나 행정처분 기관에 통보했다.
외국환거래법의 자본거래신고 의무를 위반한 외국인에 대해선 위반 수위에 따라 과태료 부과, 금융감독원 통보, 검찰 송치 등으로 조치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