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위원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며 국내 은행들에게 배당을 줄이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배당 제한 권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민간은행 주주들만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취재 결과 당시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배당 제한 권고를 싫어할 것이라는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성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금융정책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며 은행권 배당 성향을 20%로 제한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정책금융기관은 권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회의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기업은행은 민간자본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배당 제한을 권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기획재정부가 지분 59.2%를 가지고 있고, 31.6% 가량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지분율: 기재부 59.2%, 산은 7.3%, 수출입 1.9%, 외국인 9.4%, 기타 22.2%)
이에 다른 참석자는 "기재부 국고국에서 40%를 가져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배당제한 20% 권고를 하면 별로 안 좋아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당금 지급을 두고 시중은행 주주들은 적게 받아도 되지만, 정책금융기관 주주인 정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결국 기업은행은 배당 제한 권고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후 기업은행은 지난달(3월) 이사회에서 배당 성향을 은행권 최고 수준인 29.5%로 결정했고, 기재부는 배당금 2,208억 원을 챙겼습니다.
전년보다 배당 성향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배당금은 550억 원 늘어났습니다.
(기업은행 배당 성향: 2016년 30.8%, 2017년 30.9%, 2018년 30.1%, 2019년 32.5%)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20%로, 신한금융은 22.7%로 배당 성향을 대폭 줄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부는 되고 민간은 안 된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이 배당 자제 권고에도 반영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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