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뉴욕증시를 흔들었던 블록딜
미국 언론들이 지난 26일(금)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나온 대규모 블록딜을 연이어 보도했다. 블록딜을 통해 나온 주식 매도규모는 적게는 100억달러(약 11조원)에서 많게는 300억달러(약 33조원)으로 추정됐다.
매도종목은 중국의 초대형 IT기업인 바이두, 텐센트 엔터테인트먼트 그룹, VIP숍 홀딩스와 미국의 미디어기업인 바이어콤CBS와 디즈니였다.
매도주체는 부유한 개인과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인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로 전해졌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이들 주식을 대규모 매도했지만 마진콜에 걸리면서 반대매매로 포지션이 청산됐지만 다행히 시장 전체를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추가로 마진콜이 있을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1분기 말과 부활절 연휴로 이어지는 이번주에는 관련주 흐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고, 이와 유사한 전략한 구사한 펀드의 포지션 청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 월가를 뒤흔든 한국계 매니저
<사진> 빌 황 / 출처 : 풀러재단 홈페이지
이 패밀리오피스 운용자가 한국계인 빌 황(Bill Hwang;한국명 황선국)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카네미멜론대 MBA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증권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헤지펀드의 전설이 줄리안 로버트슨과 인연을 맺고 그의 회사에 합류했다.
로버트슨이 타이거매니지먼트를 2000년 청산한 뒤 그의 밑에서 일하던 젊은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새로운 헤지펀드를 설립해 월가에서는 `아기 호랑이 (Tiger Cubs)`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사진 : 한국경제 당시 보도 캡처)
황씨도 독립해 2001년 아시아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인 타이거아시아를 운용했다. 하지만 2012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에 4,400만달러를 지급하고, 거래로 얻은 차익 1,630만달러를 몰수당하면서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2018년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가까스로 골드만과 다시 거래를 재개한 황씨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복잡한 파생상품을 이용한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단행하다 이번 일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는 미국 자회사가 현지 고객과의 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해당 고객에게 청구할 금액이 2조원 수준이라고 밝혀 주가가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유럽장에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어 스위스의 대형은행인 크레딧 스위스도 미국 헤지펀드 거래와 관련해 자신들의 포지션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해 유럽증시 개장과 함께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고, 도이치뱅크와 UBS 같은 대형 은행주도 동반 약세를 기록 중이다.
■ 반복되는 저금리의 저주?
단순히 월가를 놀라게 한 거래가 아니라 일본에 이어 유럽의 금융회사까지 연이어 손실을 초래한 이번 블록딜 파장은 `일파만파` 조짐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완화된 통화정책을 펼 때마다 터져나오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 닷컴버블과 함께 터진 주식시장의 폭락, 초저금리로 만연된 도덕적 해이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집어 삼켰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뇌리를 스친다.
선진국 중앙은행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각 국은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