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서 남성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 할리우드 배우 엘리엇 페이지(34)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페이지는 16일(현지시간) 타임과 인터뷰에서 남성 성전환자로서 그간의 심경과 포부를 밝혔다.
페이지는 작년 12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전환 사실을 공개했으며, 그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커밍아웃` 이후 "많은 지지와 사랑, 엄청난 증오와 트랜스포비아(성전환자 혐오)를 예상했다"며 "그리고 그것이 본질적으로 발생한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페이지의 `트랜스맨`(남성 성전환) 선언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타임에 따르면 페이지의 커밍아웃 당일 40여만 명이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됐고, 그를 응원하며 `좋아요`와 `공유`를 누른 누리꾼은 수백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남자 라커룸의 여성`이라며 그의 성전환을 비난하는 내용의 팟캐스트가 온라인에 떠돌아다녔다.
그는 "매우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성전환자에 대한) 해로운 말을 퍼트리고 있다"며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정말로 실재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지는 자신이 겪었던 내적 갈등과 성전환을 결심하기까지 과정을 `머리` 얘기로 풀어냈다.
그는 9살 무렵 머리를 짧게 깎은 뒤 느꼈던 생생한 환희를 떠올리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10살 때부터 아역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주어진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다시 길러야 했다는 것. 내면의 갈등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됐다.
그는 여배우로서 머리를 기르고 치장을 해야 했다면서 "나 자신을 결코 인정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내 사진조차 볼 수 없었다"며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토로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페이지는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며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부끄러움과 이대로 살 수 없다는 불편함이 커밍아웃으로 이끌었다고 털어놨다.
성전환 공개 이후 "나는 완전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됐다"고도 말했다.
페이지는 유방 제거 수술 사실도 스스로 공개했다.
그는 "수술은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수술이 인생을 바꾸는 것은 물론 내 삶도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누리는) 특권 덕분에 현재의 위치에 올 수 있었다"며 "그 특권을 사용해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전환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머리를 하고 인터뷰에 나온 그는 머리를 짧게 자른 소감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이 기쁨이 다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라며 눈시울을 적신 뒤 이내 미소를 지었다고 타임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