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교사 참수 테러 사건의 배경에는 13세 학생의 `거짓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Z`로 알려진 이 여학생은 당국 조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된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에 대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교사가 이슬람 풍자 만평을 보여주려는 데 항의했다가 수업에서 배제됐다는 게 거짓말이었고 실제로 그 수업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파리 근교 콩플랑생토노린 중학교의 교사이던 파티는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살해됐다.
파티는 지난해 10월 초 표현의 자유를 설명하며 이슬람교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가 같은 달 16일 참수된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서 쿠란 구절 중 하나인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도주 중 경찰에 저항하다 사살됐다.
이 비극을 부른 Z의 거짓말은 자신이 수업에서 제외된 진짜 이유를 숨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재구성한 이 사건의 전말에 따르면, 파티는 지난해 10월 5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수업 중 이슬람교도 사이드·셰리크 형제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비난하며 2015년 1월 편집국에서 총을 쏴 12명을 살해한 사건을 언급했다.
파티는 다음 날 수업에서 이 만평을 보여줄 것이며, 이에 충격받을 수 있으니 무슬림 학생들은 눈을 감거나 복도에 나가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는 게 다른 학생들의 진술이었다.
Z는 파티가 만평을 보여준 6일 수업에 나가지 않았다. 잦은 결석으로 인해 수업 배제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업에서 배제된 진짜 이유를 숨기고자 Z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48)에게 거짓말을 했다.
파티가 이 만평을 보여주기 직전 무슬림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나가라고 했으며, 그에게 항의했다가 이틀 동안 수업에서 제외됐다고 한 것이었다.
르파리지앵은 "Z가 수업에서 제외된 진짜 이유를 아버지에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면서 "이후 벌어진 비극은 Z의 나쁜 행동과 관련 있다"고 전했다.
이에 화가 난 크니나는 7일 페이스북에 파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공개하며 비난했으며, 학교에 찾아가 항의하고 경찰서에 고소까지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관심을 보여온 체첸 출신 압둘라 안조로프(당시 18세)는 이 글을 본 뒤 범행을 계획했고, 결국 파티는 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청년에 참수된 채 발견됐다.
Z는 그간 입을 열지 않다가 다른 학생들이 그가 이 수업에 없었고 파티에 대한 그의 주장이 실제와는 다르다고 진술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수사관들은 Z가 열등감에 젖어 있었으며 아버지에게 헌신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Z의 변호사는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13살 소녀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면서 "교사를 비난하는 영상을 올린 아버지의 지나친 행동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Z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이것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아버지의 반응은 여전히 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크니나는 당국에 자신이 바보 같았다면서 "테러리스트가 내 메시지를 볼 줄은 몰랐다. 누구도 이로 인해 다치길 원하지 않았다. 역사 교사가 죽고 내가 모든 비난을 받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