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시작되는 것은 오는 12일부터입니다.
3%룰, 그리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눈여겨 봐야 할 기업들이 어딘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3%룰이 올해부터 더 강화가 됐는데, 이것 때문에 올해 주총이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이다 라는 분석들이 많죠?
왜 그런 겁니까?
<기자>
3%룰은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뽑을 때 지배주주, 즉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건데 사측과 나머지 주주 등이 맞붙는 최접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주총에서 3%룰 적용을 받지 않는 이사를 선임하고 이들 중에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두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사측의 승리로 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소수주주의 감사 선임 주주 제안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로 변경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상법 개정안으로 일반 등기이사와 감사위원을 최소 1명 이상 분리 선출하게 돼 이전 보다는 훨씬 더 첨예한 갈등이 예상됩니다.
<앵커>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기업들인 경우에 최대주주라고 해도 최소한 1명은 입맛대로 선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라는 건데, 이게 정확히 기업한테 어떤 의미가 되는 거죠?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기자>
회사 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감사위원회가 있습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들의 감독 업무와 더불어 회계 등도 살펴봅니다.
즉 상장사 업무 전반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우호적 인사가 아니라면 어려 결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분리 선출로 감사위원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또 감사위원을 시작으로 다른 이사직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 주총 시즌에 이 부분을 걱정해야 하는 기업이 많습니까? 얼마나 됩니까?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감사인 분리 선출로 영향을 받을 코스피 상장사 중 206개 기업에서 352명의 감사위원이 임기 만료 또는 중도 퇴임으로 교체를 앞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IPO 대어로 주목을 받았던 카카오게임즈 같은 경우 이번에 감사위원 3명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룰이 적용됩니다.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당장 영향을 받는 상장사가 200개다.
실제 좀 표 대결을 눈여겨봐야 하는 기업이 어디가 있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과거 한국테크놀로지 그룹인 한국앤컴퍼니가 바뀐 3%룰로 분쟁이 발생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앤컴퍼니는 그룹 승계를 받은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과 다른 자녀들 간의 `형제의 난`이 예상되는데요.
여기서 장남인 조현식 대표가 내세운 감사위원과, 한국앤컴퍼니 측에서 내세운 감사위원이 달라 치열한 대결이 예상됩니다.
조현식 대표의 지분은 19%대로 조현범 사장 42% 지분에 비해 작지만 3%룰이 적용되면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본 겁니다.
한진 역시 PEF운용사 HYK파트너스 측으로부터 주주 가치 제고 요구를 받아 앞서 말씀 드린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표 대결이 예상됩니다.
<앵커>
3%룰 말고 이번 주총 시즌의 키워드로 또 한가지 꼽히는 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잖아요.
여기서 ESG가 중요하게 지목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죠?
<기자>
ESG는 삼성전자도 주총을 앞두고 강조하는 등 대세로 자리잡았는데요.
지배구조는 과거부터 주주들이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표 대결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이 의결권 행사를 강조하면서 주총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총 기준으로 스튜어드십코드에 운용사, PEF(사모펀드) 등 149곳이 참여한 만큼 힘이 실립니다.
예를 들어 LG그룹 계열 분리의 경우에는 미국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가 반기를 들었는데요.
가족 간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 가치를 희생하는 것이라며 주주 서한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화이트박스 지분이 1% 정도에 불과하고 이에 동조하는 기류도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행동주의가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주주 행동주의는 수년간 진행됩니다.
즉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갈수록 더해질 수 있어 이들 헤지펀드 등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예로 한진칼을 들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어려 이슈가 겹쳐있는데요.
과거 한진칼과 KCGI와 대립이 있었죠, 이후에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대립이 발생했습니다.
잠재적 리스크가 이처럼 많은 가운데,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유상증자로 8천억원 자금 지원을 했습니다.
산업은행이 3대주주가 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감시, 견제가 강화되는 건 당연한 일인데요.
이런 새로운 주요 주주들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등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수주주가 움직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조산업의 경우에는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로 인해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며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권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3%룰과 ESG, 눈여겨 봐야 겠는데,
그런데 주총의 경영권 분쟁이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가 있다고요?
<기자>
대체로 그런 시각이 많습니다.
표 싸움을 하게 되면 우호 지분을 늘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을 더 사들이거나 하는 행동이 나올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경영권 분쟁으로 배당 확대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이 마련되거나 사측에 유리한 결정이 무산될 수 있고 일부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배당 확대와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는데 앞서 말한 사례에 해당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다만 모두 주가에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무리한 요구 등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고 이미 해당 분쟁이 주가에 선 반영돼 주총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봐야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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