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노미는 사람(人)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입니다. CEO부터 직장인까지, 인코노미는 경제를 움직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이른바 `빅테크`라고 불리는 정보통신(IT)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IT업계에서 금융업계로, 혹은 반대의 경우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업계를 뛰어넘어 회사를 옮기는 일은 흔하지 않았죠.
통신사로 입사해 카드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통신사로, 이후 핀테크 대표까지.
IT와 금융을 모두 경험한 CEO, 핀크의 권영탁(51)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핀크는 지난 2016년 8월 하나금융지주(51%)와 SK텔레콤(49%)이 출자한 이른바 `IT와 금융이 만난` 합작법인입니다.
● 지겨운 것은 `질색`
권영탁 대표는 1994년 SK텔레콤에 입사해 유통기획팀, 판매기획팀, 제휴사업팀, 마케팅전략팀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2010년 하나카드로 옮겨 2015년까지 모바일팀, 모바일마케팅팀, 핀테크사업팀을 거쳤죠.
2016년 10월에는 핀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권영탁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이 `자발적`이었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일을 오랜시간 유지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네요.
"SK텔레콤 근무 때 유통, 판매, 제휴, 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자발적으로 맡아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현 브로드밴드) 인수단에 참여해 유무선 통합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어졌죠.
그러던 중 하나SK카드 설립추진단 업무를 하게 됐고, 이동전화서비스와 금융서비스의 결합에 대한 가능성을 알게 됐습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핀테크 조인트벤처(JV)를 만들게 되면서 양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적임자로 인정받아 핀크로 옮기게 됐습니다.
`깊은 산속에서도 하얀 눈밭에 찍힌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간다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미지의 영역에서 후배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잃어버린 2년, 아직 늦지 않았다"
핀크는 2016년 출범 이후 17년 은행들 계좌를 연결해 한눈에 보여주는 정식 서비스를 내놨지만 난항을 겪었습니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라는 이유로 은행들이 서비스 제휴를 꺼린 것이죠.
권영탁 대표는 은행들로부터 협력을 빨리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 시장 선점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대안신용평가모델인 `T스코어` 적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이나 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이용자를 위해 통신요금 내역 등을 활용해 새로운 기준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구조입니다.
핀크는 SK텔레콤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재빨리 개발했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사인 SK텔레콤이 투자한 핀크에 데이터를 공유하길 거부하며 아쉬움이 남았죠.
권영탁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동안 대형은행들의 견제로 계좌 연결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핀테크 플랫폼으로 모든 은행과의 연결은 서비스에 필수였지만,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라는 이유로 연결을 추진한 은행은 없었습니다.
T스코어의 경우 SK텔레콤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모든 고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타 통신사에도 협력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 `게임+SNS → 금융서비스?`
권영탁 대표는 도약을 위한 이른바 `비장의 무기`를 내놓았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핀크리얼리(Real:Re)`라는 이름의 서비스인데요.
금융에 사회관계망서비스, 그리고 게임 요소를 접목한 서비스라고 합니다.
이용자가 서로의 금융생활 공유·교류할 수 있고, 수익률 등을 통해 순위를 경쟁하는 구조인데요.
서비스 출시 후 바로 특허 출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습니다.
`비장의 무기`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핀크의 주 이용자(이용자 비중 70%)인 20~30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는 많이 있어 보입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심사를 통과하면, 폭 넓은 데이터를 활용해 핀크리얼리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핀크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사업 심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심사중단제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유통, 외식, 자동차 등으로 데이터 등록 범위를 대폭 확장해 생활 전반에 대한 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경쟁사업자의 벤치마크를 방어하기 위해 이미 특허출원도 완료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