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도 생산 차질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한국GM은 다음달도 감산을 이어갈 예정이며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재고가 있는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한국GM은 일단 다음달 중순까지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한 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을 보고 이후 생산 계획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GM은 지난 8일부터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을 50%만 가동하고 있다.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지역 3개 조립 공장에 대한 감산 조치를 최소 3월 중순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GM 외에 도요타, 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스바루, 닛산, 혼다, 마즈다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테슬라도 최근 2주간 보급형 세단인 모델3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자동차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공장 가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까지 감산 계획은 없지만 생산 차질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매주 단위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재고를 보유한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에는 한달 단위로 특근을 포함한 생산 일정을 짰지만, 당분간은 주간 단위로 가동 일정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3월1일에 특근을 잡지 않는 등 특근 횟수도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1차 협력사에만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직접 반도체 메이커와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보쉬와 콘티넨탈, 현대모비스 등 부품 협력사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적용된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가 지난 23일 공개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양산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오닉 5는 사전계약 첫날인 25일 2만3천760대의 신기록을 세웠으며, 둘째 날인 26일을 포함하면 이미 누적 사전계약 대수가 올해 판매 목표(2만6천500대)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최소 100개 이상 더 많이 들어간다"며 "아이오닉 5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차량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올해 3분기까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은데다 결함 발생과 안전사고, 리콜 등의 부담이 있어 신규 업체 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탓에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