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찍으며 다음 세대의 화폐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투자 가치를 강조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거래 수단의 중심이 될 거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도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BDC 발행 전에 가상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법정화폐의 입지가 축소되고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이 통용화폐가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와의 문답을 정리했다.
● "화폐 자체에 과세하는 경우 없어"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화폐를 양도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로 분리 과세키로 했다. 1년 동안 얻은 소득이 25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또 가상화폐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도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 점은 기재부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가령, 정부는 5만원권을 법정화폐 그 자체로 인정하지, 화폐 자체에 대해서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등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뿐더러 법정화폐라고 정의가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를 할 의무가 없다. 한국은행이 자체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때 검토해야 할 첫 번째 원칙으로 "법화로서 발권력 및 강제통용력에 있어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권 및 주화와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꼽은 것과 상통한다.
● "명확한 계산단위가 없다"원화와 같은 법정통화는 1천원, 1만원 등 한 단위 한 단위의 계산단위가 있다. 비트코인도 이런 화폐로 인정 받으려면 불변의 계산단위를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를 둘러봐도 비트코인 계산단위인 BTC를 자국의 화폐 단위로 사용하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만일 자국의 화폐 단위를 BTC로 쓰고, 다른 법정화폐와 교환된다면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이럴 경우 모든 경제 주체가 메뉴판에 다 BTC를 써야 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 사실상 이는 불가능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가상환경에서의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체계가 가동될 예정이다. 한은은 "CBDC는 한국은행이라는 명확한 발행주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으로 지폐나 동전처럼 1000원 혹은 1만원 같은 액면 가격이 정해져 있고 법정 화폐로 효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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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수단으로 사용하기에 불안정하다"비트코인은 내재적인 매커니즘이 가격 변동성을 안고 있다. 연일 최고가를 찍는 요즘 공급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폭증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가격이 매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상황에서 지급수단으로 쓰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는 말이다. 마치 서울 아파트 가격처럼 가수요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이러면 반드시 버블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매일 화폐의 가치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생활 속 지급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나 빌게이츠 등 IT거물들은 비트코인을 지지했다가도 가격 추이를 보고 슬그머니 중립으로 입장을 선회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테슬라가 15억 달러(약 1조653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공시하면서 발표 하루만에 비트코인은 2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는 가상화폐 가격이 높은 것 같다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인정했다. 과거 비트코인을 맹비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비트코인을 향한 입장을 ‘중립’으로 바꿨다.
앞서 한은은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서 "한국은행이 앞으로 발행할 디지털화폐(CBDC)는 가상 자산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구분한 바 있다. 즉, 과세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할 법정 디지털화폐인 CBDC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선긋기에 나선 셈이다. 앞으로 한은은 CBDC 발행 파일럿테스트와 관련연구를 비롯해 선긋기를 넘어 비트코인의 입지까지 위협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