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첫 개발 거점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일본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첨단 제조기술을 가진 TSMC의 진출이 일본 반도체 관련 산업에 큰 메리트가 된다며,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대만의 협력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일본에서 전액 출자로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며, 투자액은 186억엔(약 1천97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후공정` 분야와 관련한 연구개발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TSMC의 최첨단 공장과 개발 거점은 모두 대만 내로 한정됐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작년 5월 정책을 전환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초로 해외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 개입이 없는 안전한 군용 반도체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매체는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 120억달러(약 13조3천억원)의 거액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는 미국과 대만간 반도체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가 미국 진출에 이어 일본에 개발 거점을 세우기로 한 것은 기술 경쟁에 대한 TSMC의 위기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반도체 개발 경쟁은 주로 `미세화`와 관련된 것으로 반도체 회로폭을 한없이 좁혀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 분야에서 선두업체가 TSMC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회로의 미세화는 한계가 있어 반도체 적층을 통해 기능을 응축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3차원 패키징` 기술이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적층은 반도체를 얇게 깎는 장치가 필수적으로, 일본 디스코와 동경정밀 2개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를 보호하는 패키징 기술도 일본 이비덴과 신코전기공업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신문은 TSMC가 이들 기업과 연구소, 대학과의 제휴를 노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매체는 일본에서 반도체 제조업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TSMC의 진출은 관련 업계에 큰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이 TSMC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첨단기술 정보를 입수하면 자사 제품 개발에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매체는 전망했다.
이어 니혼게이자이는 TSMC의 일본 개발 거점이 궤도에 올라 일본과 대만간 공급망 연계가 강해지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전공정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가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 경쟁에서 이기려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